Management Entrenchment (참호속의 경영진) 1

트렌치코트는 원래 군인(장교들)의 옷이었다. 1차세계대전때 영국 버버리가 제안한 디자인을 영국군이 채택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트렌치코트 스타일의 군복상의는 나중에 나찌들의 가죽 트렌치코트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러던  것이 나중에는 민간인들의 패션아이템이 되면서 분위기 잡는 “남성”들이나 경쾌한 색깔 혹은 빨강색의 버버리 트렌치코트가 아주 유행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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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트렌치코트는 우의(raincoat)였다. 그리고 장교들만 입을 수 있는 고가의 군복이었다. 1차대전까지는 영국군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군바리(?) 아저씨들이 종전 후에도 입고 다니면서 오히려 민간에서 유행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트렌치”라는 말에는 1차대전의 참혹사가 있다. 바로 참호전(Trench warfare 혹은 trench war, 혹은 진지전)이라는 인류 전쟁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장의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그 발단은 총기류의 성능 향상, 좀더 구체적으로는 기관총에 있다.  프랑스 중북부를 지나면서 형성된 서부전선에서 바로 양쪽 진영이 기관총으로 무장한 참호들을 사이에 두고, 아직까지 기관총의 전술적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전장 장교들이 용감함으로 무장하고는 “돌격 앞으로”를 외쳐댔기 때문이다. 결과는 너무나도 비극적이었다.  엄청난 신병들이 적군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기관총에 의해 참호를 나가자말자 전사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시간 정해 놓고 어두워지면 전사자 처리하는 약간의 낭만이라도 있었던 듯하지만…….. E. M.레마르크의 소설 “서부전선이상없다”에서 그 참혹상과 그로 인한 고뇌가 일부 그려져 있다……..그 엄청난 사상자들 – 정말 상상을 할 수 없는 사망자들-이 발생한 인류최초의 전면전(total war)였던 것이다. 결국 영국은 탱크(tank)라는 전술무기.. (지금은 전술무기이지만 당시에는 전략무기었을 수도 있겠다)를 개발하면서 참호전의 교착상황을 타개했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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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무슨이야기를 하려는고 하니….이 참호전은 새로운 무기라는 전술적 변화가 가지고 올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전장 장교들 및 본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필자가 참호전과 탱크의 관계를 고민하게 된 것은 1997년의 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1997년 LG생명과학에서 Factive 와 관련하여 SmithKline Beecham과 실시권이전게약(licensing, 국내에서는 기술이전 혹은 기술수출이란 용어가 계속 사용되는데 정확하지는 않은 표현이어서 실시권계약이라고 표현함)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이다.

다른 계약조건들은 다 합의에 이르렀고, 원료의약품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혹은 drug substance)의 공급을 LG에서 하기로 하였고, 이제 FDA허가를 받아서 상업공급에 들어갈 때 공급가격을 정하는 것이 마지막 관건이 된 시점이었다.

마지막 협상 사항이라 모두 긴장하며 대면회의(face-to-face meeting)을 하게 되었는데, SmithKline Beecham에서는 여자 혼자 왔다.^^ 그런데 온 여자가 만만치 않은 여자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제약업계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deal-maker 중의 하였다. Ms. Tamar Howson, SKB의 수석부사장이었다.

Tamar Howsonnote pad

당시 LG에서는 사업부에서 부장금 2명, 연구소에서 임원급 1명, 책임연구원급1명, 그리고 실무과장(필자^^)가 협상에 참석했다. 옆에 노트북과 데이타화일 큼직한 파일들 -각종 시나리오 분석한 자료들- 을 놓고 있었는데, Ms. Howson은 혼자 앉아서 허름한 가죽 서류가방에서 노란색 노트패드, 연필(pencil) 그리고 지우개를 꺼내는 것이었다.  사실 잔뜩 긴장한, 대기업 과장의 눈에는 수석부사장이 혼자와서 꺼낸 것이 최소한 당시 최고사양의 노트북은 될걸로 생각했는데……

사실 놀라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트패드와 연필이 아니고 이런 건에 최고위임원급이 혼자와서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 놀라왔다. 우리는 실무급 부장들이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고, 옆에는 사장과 전화할 수 있는 직통전화 대기시켜놓고 있는데…

그때 어린 마음에 “와~~ 이렇게 일하는 임원도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중에 크리스탈지노믹스를 공동창업하고 사업개발 담당으로 다니면서 본 것은 Ms. Howson과 같이 최전선에서 일하는 임원들이 “아주 일상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어느 Partnering Forum에 가도 최고 임원급들이 나와서 미팅도 하고, reception에서 다양한 외부인들과 만나고… 또 어떤 경우는 마지막 협상을 진행하기도 하고….

특히 영미권 제약업계들이 현재 세계를 호령하는 이유를 그들의 뛰어난 연구체계와 경험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전진배치되어 있는 백전노장 임원진들의 진두지휘도 큰 역할을 한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필자도 나름 허리 꺽이기 전까지는 현장에서 일해야 겠다는 나름의 각오도 다지기도 했다.

[SmithKline Beecham이 Glaxo 와 합쳐진 이후 많은 SmithKline Beecham 쪽 사업개발 사람들이 나왔고, 1년 정도 후에 대거 BMS로 갔다. 물론 다수는 여기저기로 흩어지기도 하고… 이렇게 만난 인연덕에 지금도 자주 해외 potential licensee 혹은 collaboration partner 를 만나다 보면  SmithKline Beecham출신들을 많이 보게 된다. 같이 Factive 이야기하면 금방 친해지고 Ms. Howson과도 일했다고 하면 너무너무 좋아한다]

 

거기에 비해서 국내 제약회사들은 -물론 업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 파트너링 포럼에 처음에는 과장/대리급들이 차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영어를 잘하는 젊은 사람들이었지만, 안타까운 것은 해외 Bio Pharma들의 동향이나 상황에 대해 잘 몰라서.. 필자 눈에 보기에도 탱크 앞에선 비장한 눈빛의 소총수였다. [1950년 625도 아니고 어떨 떈 참 안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요즘은 JP Morgan이나 BIO International Convention 같은 곳에 국내 제약사들 중 일부 (한미, 녹십자 등)은 최고위급 임원이 참석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참석은 하지만, 현장에는 별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래도 그정도가 어딘가~~~ – [올해 JP Morgan 갈 때  한미의 이관순 사장님과 녹십자의 이병건 사장님, 그리고 일부 다른 회사들의 C-level 경영진들 얼굴 보고 정말 반가왔다]

일단 현재만 놓고 보면 평균적으로는 한국의 제약회사 경영진 (필자가 관심두는 분야는 사업개발과 연구소)들은 참호속의 경영진이다. 그리고 실무급들에게 돌격앞으로를 외치는 듯하다. 돌아온 실무진들에게 “참호속의 경영진들”은 보고를 받고 지휘를 하는 형국이다. 안따까운 것은 “참호속의 경영진들”이 전장의 현실과 큰 그림에서의 전쟁의 형국이 어떤지를 잘 알면 상관없지만, 대부분 전쟁의 형국과 전쟁의 상세한 현황에 대해 어두운 것이 현실이다. 고생하는 것은 불쌍한(?) 과장, 차장급들….. [물론 이런 불쌍한 과차장이 좀 실력을 발휘하면 쑥~~쑥~~ 클 수 있는 환경이기에 실무자들에게 밝은(유리한) 측면도 있다. ]

자~~, 국내 경영진들도 (특히 사업개발담당임원들과 연구소 임원들) 이제 전장으로 좀 나오자… 트렌치코트 입고 나오는 것까지는 이쁘게 봐줄 수 있으니……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만나고, 주요 학회도 좀 직접 가고, 해가 다르게 발전하는 바이오텍들의 성장 및 몰락의 모습들도 현장에서 좀 보고….

총알 맞아 죽을 일도 없는데다가,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들도 있고, 분위기 좋은 리셉션들도 많으니… 정말 일석이조, 일석삼조 아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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