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약? 선원 탓 마라, 배는 선장 뜻대로 간다”

이글은 데일리팜 2016년 1월 11일자로 데일리팜에 기고한 글이다.

“글로벌 신약? 선원 탓 마라, 배는 선장 뜻대로 간다”

[칼럼]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경영진 앞장서야”

 

2015년 연말 의미있는 소식들이 몇개 들려왔다.

첫째는 한미약품이 베링거 인겔하임사에 기술이전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인산화효소 저해제(EGFR TKI)인 BI 1482694 (HM61713)가 한미가 수행했던 임상인 HM-EMSI-101의 결과에 근거하여 미국 FDA에 서 비소세포성폐암에 대한 혁신치료제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Tagrisso)가 이미 작년 11월 미국 FDA로부터 비소세포성폐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지라 아쉬움이 있지만, 국내 제약회사의 임상결과에 기반한 혁신치료제 지정이어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소식은 오스코텍의 백혈병치료제 개발후보물질이 곧 미국 임상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참고로 이 회사는 이미 SYK저해제가 미국에서 임상 1상 중에 있다.

셋째는 비상장 바이오텍인 큐리언트가 미국에서 임상 1상 중인 차세대 결핵치료제가 미국 식약청으로부터 희귀질환치료제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국내 녹십자의 헌터라제가 이미 2013년 미국 식약청으로부터 희귀질환치료제 지정을 받은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 바이오벤처가 전혀 새로운 기전의 약물로 희귀질환치료제 지정을 받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사례다.

이러한 소식들은 금액이 명시된 기술이전 소식에 비하면 대중의 시선을 끌지는 못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연구개발 수준이 현저하게 제고 되었음과 함께 국내 신약(특히 다국적 제약사들과 직접 경쟁을 하고 있는 신약들)의 개발 전략 및 규제 환경에 대한 대처 능력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여서 필자의 눈에는 쏙 들어왔다.

이들 회사들은 해외, 특히 선진국 경쟁 및 규제 환경에 대한 정보 습득 능력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 회사 모두, 경영진 수준에서 각종 해외 파트너링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잠재적 고객사들 혹은 경쟁자들과 접촉함과 동시에, 현저히 다른 기업형태의 세 회사가 동일하게 국제적 경쟁 상황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미 사례는 워낙 많이 소개되어서 생략하기로 하겠다.

오스코텍의 경우 전세계 제약바이오 허브 중에서 가장 핫플레이스(hot place)로 인정 받는 미국 보스톤지역에 현지 신약연구개발 연구소를 두고, 현지의 정보와 인력 그리고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독특하다.

해외 현지 연구소의 경우, 마크로젠(주로 영업목적), 제넥신,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미국에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텍들의 해외 연구소 진출 및 운영에 비하면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소 해외진출은 역주행 중이다.

과거 LG생명과학이 미국에 연구소를 오랜시간 운영하였지만, 지금은 철수한 상태이고, 일부 제약사들이 주로 중국에 연구소를 운영하는 정도이다.

큐리언트의 경우 조직운영 모델이 NRDO(No Research & Development Only)의 형태를 일부 빌려와서, 개발 중심 조직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외부 과제를 초기부터 협력 혹은 도입하는 형태로 지적재산을 확보하는 회사이다. 그리고 모든 개발 활동을 국내가 아닌 해외의 전문가 네트워크와 CRO들을 활용해 진행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형태의 바이오텍이다. 현재 임상2상에 한과제, 그리고 임상 1상(결핵치료제)에 한 과제가 모두 미국서 개발 중이다.

결국 세 회사들은 글로벌 시장을 목표 시장으로 설정하고, 목표시장에 대한 정보 습득에 최적화된 조직운영을 하면서 차츰, 목표시장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한 전략, 계획 및 실행이지만 아쉽게도 국내 대부분 제약회사들의 사정은 아쉬움이 많다.

우리나라 시장 규모가 세계적 경쟁력을 제공할 만큼 크지 못하고, 아직은 국내 규제환경이 유연해 창의적 임상을 진행할 수 있지 못한 현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 맞춰진 국내 규제환경 하에서의 임상개발은 사실 답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제약 바이오 회사들이 글로벌 환경(시장, 경쟁, 규제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단적인 예 중의 하나가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국내 제약사들의 인식이다. 최근에야 좀 바뀌고 있지만, 꽤 오랫동안 희귀질환치료제를 언급하면, 국내 시장규모를 이유로 대부분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선진국시장에서 희귀질환치료제 회사들이 급성장하고 있었던 과거 10여년간 모습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올해, 포스트한미 1년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의 눈을 글로벌 시장, 규제환경, 경쟁환경으로 돌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개발 전략을 짜고, 그에 맞는 연구개발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 하겠다.

아무리 큰 배라고 하더라도 배의 방향은 선장의 머리 속에 어디를 그리며 가고 있느냐에 의해 정해진다. 배의 선원들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선장 등 최고경영층들이 시야와 식견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이 역할을 선원들에게 재촉하는 선장이라면 자격이 없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11일부터 2016년을 알리는 JP Morgan (JPM) Healthcare Conference가 개최된다. 반가운 소식은 올해는 그 어떤 해보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에서 많이 참석하고, 또 회사들의 경영층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바람직하고 즐거운 변화이다.

무엇을 바라보느냐가 우리의 갈길을 정한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지도자들이 신년 하례식을 JPM에서 할 정도 글로벌하게 움직인다면 한국이 시장은 작으나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을 주도하는 스위스와 같은 강소국가가 되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2016년. 말로만 글로벌이 아닌, 경영진이 앞장서는 행동하는 글로벌화의 원년으로 기억되는 한해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2017년 JPM은 1월 9일부터 열린다. 올해 열심히 달릴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년하례식을 이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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