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 기고] 제도적 인프라, 규제과학 역량을 함께 키우자

본 글은 데일리팜에 2016년 10월 17일자로 게재된 기고문이다.

http://www.dailypharm.com/News/217438

제도적 인프라, 규제과학 역량을 함께 키우자

몇가지 숫자를 보자.

  • 1,058명 대 81명
  • 04건 대 0.44건
  • 28억원 대 4백14만원

첫번째 숫자는 미국과 한국 허가당국에서 일하는 바이오의약품 및 의료기기 심사전문인력 수를 비교한 것이다.

두번째는 각 허가당국 심사전문인력 일인당 연간 신약 허가 건수이다.

세번째는 신약 품목허가 신청 시 납부하는 건당 수수료 (혹은 심사료)이다.

위의 숫자로 볼 때 국내  식약처 심사전문인력 보강의 필요성은 너무나 자명하고 절박하다.

제약바이오 분야는 그야말로 규제로 시작해서 규제로 끝나는 산업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주 사소한 사항도 국민과 더 좁게는 환자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된 이해관계자도 매우 많고 다양하다.  그러기에 제약바이오 분야에서의 규제는 모든 측면을 종합하여 검토할 수 있는 규제과학이 되어야만, 관련된 이해관계자들 (제약바이오회사, 환자, 의사, 보호자, 보험사(들), 입법기관, 언론, 학자 등)들을 설득하거나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규제과학을 수행하는 식약처의 심사전문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 심사전문인력이 부족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첫째, 심사전문이력이 부족하면 심사가 느려질 수 있다. 그런데 국내는 그렇게 느리지 않다. 이유는 대부분의 약물이 해외에서 기허가를 받은 약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신약이 국내에서 세계최초로 임상허가 혹은 품목허가를 신청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사실, 다국적제약사들이나 해외 바이오텍 회사들도 요즘은 한국에서 세계최초의 임상을 하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둘째, 심사전문인력이 부족하면, 새로운 형태의 제품의 임상허가 신청 혹은 품목허가 신청이 있을 경우 과학적 판단의 틀을 만들 여유가 없기에 “보수적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때로 어떤 사회적 이슈가 국회나 언론을 통해 제기 될 경우,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라 부족하면 일단 “보수적”으로 나가는게 안전하고도 합리적인 처신임은 명약관화하다.

셋째, 심사전문인력이 부족하면, 신기술을 수용하기 위한 선제적 연구업무를 할 수가 없다. 이 경우 다시 “신기술에 대한 보수적 접근법”을 취하거나, 혹은 결정을 미루는 대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경우도 규제과학의 틀 정비가 미비해지면 그 피해는 제약바이오 업계에게 돌아간다. 또한, 최종적으로는 신기술의 혜택을 신속하게 누리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 규제과학을 담당하는 심사전문인력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규제과학에 얽힌 이해관계자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결국 체계적인 연구와 과학적사실에 근거한 설득이 필요한데, 이런 일들은 그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기간 차분한 자료 검토와 연구, 그리고 이해관계자와의 장기간의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이 받쳐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어찌보면 “잉여”가 진정으로 필요한 곳이 규제과학 기관이다.

이러한 문제를 매우 슬기롭게 해결한 예가 미국에 있다. 미국의 User Fee Act (사용자부담법)이라는 것이다.

이 법안은 제약바이오업계와 식약처의 합의 하에  심사료를 높이는 대신,  심사료인상으로 확보된 예산으로 FDA의 심사전문이력을 채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납부 심사료의 상당부분이 기획재정부의 잡수익 계정으로 들어간다고 들었다.

제약바이오업계와 식약처는 협상을 통하여 매 5년 동안 심사료인상으로 마련되는 자원을 이용하여 이루고자 하는 양적 혹은 질적 성과지표를 합의한다.

이를 통해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기술들이 임상에서 시도되는 상황에서도, 심사의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신기술에 대한 임상허가 측면에서도 과학적 논리만 뒷받침되면 가장 융통성 있게 수용하는 규제체계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국내는 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품목허가 심사료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이러한 낮은 심사료로 인해 가장 혜택을 보는 곳은 신약 품목허가를  많이 신청하는 “다국적제약회사들” 혹은 이들로부터 품목을 도입해서 판매만 하는 “혁신하지 않는 국내 제약회사들”이다.

그 동안, 국내의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의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호소하여 왔다. 또한 이에 호응해서 정부도 제약바이오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미래 성장산업으로서 전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성장은 업계의 각고의 노력도 있었지만, 제네릭 품목 가격 우대 정책 등 정부의 산업육성적 정책에 힘입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업계도 정부와 함께 지혜를 모아,  제약바이오 산업의 제도적 인프라 역할을 하는 규제과학의 양적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각종 심사료의 인상을 통한 심사전문인력의 확보를 할 수 있도록 하자.  심사료 인상이 약간의 부담이 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과학적으로 높은 수준의 규제과학을 통한 신약개발 지원으로 수혜를 누릴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다 들어야 하는 규제과학 담당자들의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임상신청의 허가나 신약 임상 진행이 느려지거나,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우려에 근거한 보수적 규제”로 인해 비싼 비용을 치르고 해외에 나가서 임상을 해야 하는 현재의 고충을 계속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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