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 기고] 좋은 연구를 완성도 높은 특허로 바꾸려면

2017년 1월 16일 데일리팜 기고문

최근 대학 혹은 연구소에서 수년간 수십억 혹은 백억여원이상을 투자해서 성숙시킨 기술들이 꿈틀대고 있다. 필자가 아는 꽤 많은 수의 바이오텍 신생기업들 혹은 예비창업자들이 활발히 대학과 협력을 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우리의 기초연구 역량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특히 대학교수들과 국책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그 동안 산업계와의 협력 을 통해서 신약 (바이오신약 포함)들에 대한 지식들과 관점들이 제고되면서 연구 결과를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은 매우 긍정적이다.

최근 산업계 전문간행물인 BioCentury에 실린 비교 통계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적이다.

중국 명문 칭화대학교의 2015년 특허출원 건수는 약 1800여건인데, 이 중 기술이전되는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창업의 메카인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2014년 특허출원건수는 240여건로 칭화대의 1/8정도지만, 기술이전 비율은 무려 40%이다.

연구비나 연구인력 등을 고려하면 스탠포드 대학이 훨씬 많아야 할 것 같지만 스탠포드 대학은 상업적 가치가 큰 완성도 높은 소수의 특허들을 출원하는 반면, 중국 대학들은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특허들을 대량으로 출원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대학역량평가에 특허출원·등록 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국내 대학교나 정부출원연구소 기술 도입을 위한 검토를 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특허의 완성도이다. 특허라는 지적재산을 근거로 향후 전임상과 임상 등 수백억원을 들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특허 완성도는 건물에 비한다면 기초와도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집을 지은 들, 그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불명확하거나 약하면 이 얼마나 허망한 경우이겠는가?

어떻게 하면 특허의 완성도를 높여서 상업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첫째, 특허 청구항들이 방어가능한 넓은 권리를 주장하고 있고 그 청구항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시예들이 다양하고 충분해야 한다. 사실 좋은 특허는 이러한 실시예들을 풍부하게 넣다 보니 다양한 실험들을 하게 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둘째, 특허 출원된 국가의 수가 충분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진입 개별국 수는 5개 (대한민국, 일본, 중국, 유럽, 그리고 미국)이다. 그런데 다국적제약사의 기준으로 하면 진입 국가수는 20여개국이다. 진입 국가 수를 늘리려면 당연히 비례해서 특허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셋째, 하나의 특허로 권리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다수의 후속 혹은 관련 특허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원특허에 기반하되 이를 강화할 수 있는 부가적인 특허들을 출원함으로써 특허의 포트폴리오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내 현실은 중국보다는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

특허의 완성도가 낮은 여러가지 배경 중에,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특허출원 혹은 등록건수가 평가지표로 활용되면서 양 위주로 특허를 내야 하는 ‘보이기식 평가지표’가 있다. 이러다보니, 미성숙한 상태로 특허를 내게 되고 청구항을 충분히 넓게 받지 못하게 되면서 추격자들이 회피한 불완전특허들을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학이나 연구소들이 특허관련 자체 재원이 없이 정부지원에 의존하다 보니, 특허보강을 위한 연구비 확보가 어렵다. 서둘러 특허를 내면서 보강연구를 할 수 있는 재원도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대안들은 무엇일까?

먼저, 특허 출원 전부터 기업체들과 협력하면서 충분한 실험 결과를 확보하여 완성도 높은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대학이나 연구기관들보다 특허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훨씬 축적돼 있고 특허보강을 위한 연구에도 익숙해 있다.

아울러 대학 산학협력단에서 자체 재원을 마련하여 유망한 대학 기술을 특허 출원 전단계부터 자문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학협력단도 이제는 재원과 인력을 보강해 초기의 ‘단순 행정처리 기관’에서 탈피해서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지적재산권화 전문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원들이 확보한 연구비에서 간접명목으로 20~40%를 떼고 있으니 이 중 일부를 연구자들에게 ‘지적재산권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 지적재산권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권리화’하려면 연구만큼 중요한 전문성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소홀히 하면 마치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건물을 짖고는 등기를 하지 않아 권리 주장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하게 된다.

왜 스탠포드 대학의 특허출원 건수가 그렇게 작은지를 한번 고민해보고 ‘건수’ 위주의 특허관리에서 ‘완성도’ 중심 특허관리로의 인식전환을 서두르자.

[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한국 제약바이오, 흐르는 물처럼 기필코 전진하라

한국 제약바이오, 흐르는 물처럼 기필코 전진하라.- 부족한 인재, 정보, 자본, 시장… 4개의 웅덩이로 ‘멈칫’했지만 이젠 가득 채우고 망망대해로.

[이 글은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의 초고입니다. 지면상 조금 줄였기에 원래 의도가 조금 아쉽게 전달 될 것 같은 아쉬움에….]

매경의 기사는  여기


 1987년 물질특허 제도의 시행 이후 이제 만 30년이 지났다. 특허 유효 기간 중에도 공정만 바꾸어 출시할 수 있었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물질특허제도’ 도입은 당시 국내 제약회사들에게는 근본을 흔드는 위기였다. 그 이후 초기 일부 상위제약업체들과 대기업 계열 제약회사들이 맡았던 신약 연구개발 도전은 중견 제약사와 바이오 업계까지 합류하면서 폭과 깊이를 키워가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 속에도 차츰 희망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아니, 향후 먹거리로 이제 제약바이오가 빠지면 이상한 상황까지 되었다.

 새해를 맞아 ‘영과후진 (盈科後進)’이라는 사자성어로 1987년 이후 2016년간의 30년과 2017년 이후 다가올 30년간의 다리를 놓고 싶다. 물이 망망대해로 나아감에 있어 웅덩이를 만나면 이를 다 채우고서야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난 1987년을 기점으로 ‘한국발 글로벌 블록버스터’ 혹은 ‘신약 한국’이라는 꿈을 머금고 이런저런 웅덩이들을 메꿔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떤 웅덩이들이었나?

 첫째는 인재의 웅덩이다. 신약을 해본 연구자들이 없기에 초기에는 철저하게 패스트 팔로어(fast-follower)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따라하기 쉬우면서 당시 블록버스터로 이미 자리잡은 항생제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젊은 세대 중에는 “왜 항생제들을 그렇게 했냐?”고 물을 이들도 있지만, 초기 개척자들에게는 그마저도 힘겨운 극한의 도전이었다. 다국적제약사에서 근무 후 귀국하여 국내 제약회사들의 연구소장 역할을 맡았던 분들과 국내에서 성장한 인력들이 이 웅덩이를 메웠다. 대학과 연구기관에 포진한 우수한 연구인력들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양질의 논문과 특허를 꾸준히 출원하고 있다.

 둘째는 정보의 웅덩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정보가 어두웠다. 이 웅덩이를 해외인재들이 채웠고, IT 혁명으로 해외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웅덩이가 메워졌다. 이제 해외 소식들이 밤사이 전해지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하여 전세계 한인과학자들이 해외 소식들을 실시간으로 전한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 고조로 대부분의 다국적제약사들이 중국에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중국에만 가도 다국적제약사들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셋째는 자본의 웅덩이다. 그동안은 상위제약사들과 대기업 계열 제약회사들이 자체자금으로 필요한 자본을 채웠다. 다국적 제약사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비할 바 못되었다. 그러나 2000년 벤처붐을 통하여 금융투자가의 자본이 그 웅덩이를 메웠고, 의약분업과 퍼스트제네릭 정책 등으로 자본을 쌓은 제약회사들이 등장했다. 물론 정부의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와 창업투자산업이 성장하면서 이제는 해외투자의 비중이 점증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넷째는 규제의 웅덩이다. 국내 산업 보호 명분으로 규제가 유지,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신약연구개발을 시작하게 한 것은 ‘물질특허 불인정’이라는 보호성 규제(정책)이 사라진 뒤부터다. 이제 ‘국내산업 보호’라는 규제의 각도를 ‘공정한 글로벌 경쟁 및 수준 높은 연구 촉진책’으로서의 규제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과학을 담당하는 식약처 등의 연구 및 심사인력 대폭적 강화가 우리에게 놓인 첫번째 과제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웅덩이다. 그 동안 국내 신약연구개발은 국내수준으로 하자니 ‘작은 규모의 국내시장이 한계점’이었고, 국제수준으로 하자니 ‘부족한 자본규모가 제한요인’이었다. 이제 이러한 시장의 웅덩이도 중국이라는 ‘접근이 훨씬 용이한 대형시장’의 등장, 그리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자본력 확충으로 조금씩 메워지고 있다.  2010년께 시작된 국내 제약바이오회사들의 수출비중 증가와, 다수의 파이프라인들이 미국이나 유럽·중국 등 시장이 있는 곳에서 임상 중인 개발의 글로벌화도 반가운 소식이다.

 2017년은 ‘대한민국 제약바이오’가 앞에 놓인 웅덩이들을 다 채우고 망망대해로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리라 믿는다. 이를 위해 몇가지만 명심하자.

 첫째, 이제 제약바이오 산업의 뿌리가 조금 내려졌으니, 국민들과 투자자들도 ‘웅덩이를 메우느라 분투하는, 그러나 외부에서 볼 때는 멈춰서 있는 연구자들’을 좀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자.  둘째, 제약바이오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나의 웅덩이’ 뿐 아니라 ‘우리의 웅덩이’를 메우는데 힘을 합치자. 대표적으로 규제 당국의 규제과학 역량을 키우는 데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규제당국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제약바이오 회사들도 비정상적으로 낮은 신약허가 심사료를 자발적으로 높이는 대신, 확보한 재원을 식약처 신약 연구 및 심사 인력 확보에 전용하는 방식으로 협력해야 한다.

 인재, 정보, 자본, 규제 그리고 시장의 웅덩이들이 조금씩 채워가며 ‘제약바이오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물줄기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감을 보아온 지난 30년이 안타까움과 힘겨움의 세월이었다면, 글로벌시장이라는 망망대해로 나아갈 대한민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을 보게 될 앞으로의 30년은 꿈을 이루는 시기가 될 것을 믿으며, 2017년도를 열어본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여,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하여 방호사해(放乎四海)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