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제약바이오 기업의 관심질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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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연구개발 분야, 특히 질환 분야도 유행이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는 고지혈증의 시대였다. 스타틴 계열로 분류되는 합성의약품들이 블록버스터 다수를 형성하며 고지혈증이라는 질환을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는 혁신을 이루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는 COX2 저해제로 알려진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진통제들이 블록버스터들을 이루면서 대세를 형성했다.
그리고 90년대 말부터는 항체 항암제들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동일한 시대에 자가면역치료로서의 항체치료제들이 큰 파도를 이루었다. 허셉틴은 동반진단과 함께 유방암 치료 분야에서, 엔브렐 등은 류머티즘 관절염 등에서 큰 혁신을 이루었다.

가장 최근에는 PD-1과 PD-L1을 표적단백질로 하는 면역항암제들이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C형 간염 치료제들도 불과 5년을 사이에 두고 블록버스터를 형성하며 길리어드는 대형 바이오텍 회사에서 대형 제약사로 급성장하였다.

이러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옮겨 다니는 질환들에는 나름의 공통점들이 있다. 바로 미충족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s)이다. 시장이 큰 질환이 아니고, 좋은 치료제가 없는 질환 분야를 찾아 다닌다는 것이다.

과거 세계적 경향에 어두웠던 국내 제약바이오회사들은 이미 형성된 시장의 규모를 기준으로 ‘시장 매력도’를 측정하여 연구개발을 시작했던 경우들이 꽤 있었다. 각종 보고서들이 자료 분석을 통하여 제시하는 시장 규모가 바로 ‘시장 매력도’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장 규모’가 큰 질환분야를 따라가다 보면, 이미 그 시장은 포화상태가 되어 약간의 ‘점진적 혁신’으로는 시장(실제 제품 시장뿐 아니라 실시권 이전 시장도 포함)에서 시선을 끌기가 힘들었다.

그럼 미충족의료수요가 높은 분야 모두가 매력적인 분야일까. 아니다. 이런 질환들에 대한 기초연구가 충분히 발달해야 한다. 혁신신약을 연구개발하기 위해서는 그 질환 분야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가능해야 한다. 황반변성이라는 안구질환이 인구 고령화와 함께 늘어나고, 이에 대한 분자 수준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10년 사이에 두 개의 항체 기반 치료제들(아일리아와 루센티스)이 8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한 것은 미충족의료수요와 질병에 대한 과학적 발전이 맞아떨어진 좋은 예이다.

최근에는 청각상실이라는 분야가 이러한 기준을 조금씩 충족시키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청력상실에 대한 치료제 연구는 제약사들 사이에서 거의 없었는데, 기초연구에 기반한 바이오텍들이 연구를 시작하면서 임상에서 조금씩 효력을 보이자, 다국적 제약사들의 관심도 점증하고 있다.
미충족의료수요와 과학적 발전이라는 두 조건을 충족시키는 이러한 분야가 바로 미래의 황금 시장이 되는 것이다. 치매를 필두로 하는 신경질환, 그리고 섬유증 등도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분야다.

이러한 미충족의료수요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를 충족시킬 기초과학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바로 의사와 기초연구자들이 협력해야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미충족의료수요를 잘 아는 의사와 그 미충족의료수요를 채워줄 기초연구에 강한 기초과학자들 사이에 더 넓고 튼튼한 다리를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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