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다리놓기] 제2의 `제넥신` 나오려면…코스닥 퇴출 규정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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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가 은퇴한 이후 육상 단거리 경기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조금 멀어졌다. 우사인 볼트의 기록과 함께 악동 같은 행동들과 재미있는 승리 세리머니는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런데 만일 육상 100m 경기에서 출전 자격으로 키 190㎝ 이하라는 규정이 생겨버리면 어떻게 될까? 아쉽게도 우사인 볼트의 키는 195㎝다.

이런 유사한 사례가 얼마 전 한국 농구계에서 일어났다.

KBL에서 외국인 용병선수의 키를 2m 이하로 제한한 것이다. 아마도 외국인 용병선수의 키가 너무 크면 경기력이 압도적이어서 경기의 재미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서 였으리라. 어쨌든 그 규정은 지금도 유효하다. 기준 혹은 규정은 사회 구성원들의 수많은 행동들을 유도하고 때로는 그 시대를 규정하기도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바이오테크 회사들의 개발비 논쟁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발달해버린 자본시장에서 과거 패러다임에 근거한 코스닥 퇴출 규정의 유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2년 3월 21일, 제넥신은 직전연도 매출 30억원 미만이라는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거래정지가 된 적이 있다. 파이프라인들은 차근차근 개발의 단계를 높여 가고 있었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 해소를 위해 한독과 제휴를 하고 대규모 자본조달을 했다.

코스닥 혹은 거래소의 모든 종목들이 제조업 혹은 유통업 기반 (즉 매출기반) 회사들로 구성됐을 당시, 매출이 일정 정도 이하이고 연속 적자이면 분명 “부실기업”으로 인식되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돼야 마땅했다. 2000년 이후 수많은 벤처들이 코스닥 시장에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특히 바이오테크들은 대부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단계인 매출 전 단계 연구개발 중심 기업이었다. 기술성평가란 제도로 매출 30억원 달성 연도를 3년 혹은 5년 유예기간을 주었지만, 기본적인 잣대는 여전히 매출 혹은 이익이라는 과거의 잣대였다.

그 기준에서 본다면 제넥신은 오히려 적자의 폭을 키워 가며 여전히 부실기업이어야 하지만, 최근 2500억원의 자금조달에 성공한 대한민국 바이오텍크 대표주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투자가들은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참고는 하지만 중요한 잣대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그런데 코스닥 시장의 규정은 여전히 `매출 혹은 영업이익`이 관리종목 지정 혹은 퇴출 기준의 잣대로 사용하고 있다.

코스닥 바이오텍들이 해외와 같이 일정 정도의 시가총액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일정 규모의 거래량을 유지 못하는 경우, 즉 그 회사들의 주식을 거래하려는 사람들이 일정 규모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즉 시장에서의 상품성이 없는 주식이라는 것이 입증이 되면) 주식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한다면, 국내 바이오 회사들이 무리를 해서 핵심기술과 상관없는 사업을 영위하며 매출을 내거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 비용들을 자산화할 이유가 없다. 어느 단계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할 것인가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이다.

개발비 처리 논란, 개별기업들의 행위 문제가 아니고 규정의 문제로 보면 어떨까?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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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다리놓기] 신약개발과 연애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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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지 않은 신약개발이 있을까? 한두 가지 걱정거리 없는 집안이 없듯이 한두 가지 불안요소가 없는 프로젝트는 없다. 혹시 있다면 제발 알려주시길. 이 불안을 위험요소라고도 표현하고 불확실성이라고도 부르고, 때로는 “First-in-class”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한편, 신약개발을 시작하면서 희망 없는 프로젝트가 있을까? 타자들에게는 야구공이 집채만 하게 보이듯 연구자들에게 작은 희망은 “근거자료 없는 주장”이 아니고 “아무도 못 본 미래를 보여준 신탁”이다.

성공적인 신약개발은 “불안남”과 “희망녀” 혹은 “불안녀”와 “희망남” 의 아슬아슬한 동행과 같다고나 할까?

반드시 된다고 말하는 과학자에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것과 맹목적인 믿음은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잘될 거라는 긍정적 기질이 없는 사람은 신약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무조건 안된다는 사람과는 아예 말하고 싶지 않다.

희망과 불안이라는 두 존재가 어떻게 하면 조화로운 커플처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첫째, 상대방 존재의 의미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불안은 우리로 하여금 미래의 상황을 대비하게 해준다. 희망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혁신신약을 하는 조직 내에서도 “불안” 부서와 “희망” 부서가 서로의 존재 의미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둘째, 각각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불안”이 스스로의 한계를 모르면 희망의 싹을 자른다. “희망”이 멈출 곳을 모르면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 “불안”은 만일에 사태에 준비하게는 하지만 불안이 압도하면 제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희망”은 멋있어 보이지만, “희망”이 본인의 “신탁”은 가변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서로 간에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신약개발에서 불안과 희망이 서로 수긍할 수 있는 것은 “과학적 실험들의 결과들”이다.

넷째, 먼 길을 가야 함을 알아야 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불안”과 “희망”이 논쟁을 벌일 때 먼 미래를 논하면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 직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다 보면 천 리 길의 중간이 되고 때로 끝이 된다.

다섯째,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특히나 혁신신약을 하는 곳에서 같이 살고 있는 “불안남”과 “희망녀”, “불안녀”와 “희망남”은 더욱 더 대화를 해야 한다. 그래야 공동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때로는 주도권을 양보함으로 공동의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다.

꽤나 많은 회사에서 “희망남”과 “불안녀”의 대화 없는 동거를 보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되는 일도 없이. 우리는 얼마 전 남과 북이 도보다리에서 만나서 긴 시간 진지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혁신신약 관련자들에게도 이러한 도보다리 위에서의 대화가 필요하다. “희망”과 “불안”은 적이 아니고 성격이 꽤나 다른, 서로를 꼭 필요로 하는 친구 사이다.

[제약바이오 다리놓기] ‘바이오텍 모시기’ 자본시장 경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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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사람의 유전자 분석을 마치는데 13년간 27억불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다. 지금은 얼마의 비용이 들까? 100불대에 가까워지고 이다.  서울-부산간 저가항공의 왕복 요금이 14만원 대이니 조만간 서울 부산 왕복 항공료보다 싸게 된다.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회사는 미국 일루미나(Illumina)이다.  고성능 염기서열 분석 기기 및 관련 소모품을 팔아  2017년 매출액 27억불, 시가총액 371억불(약 40조)을 기록하고 있다.

일루미나에서 2016년 분사된 회사가 있다. 혈액 중의 다양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서 질환들 특히 암의 조기 진단을 위해서 설립된 그레일(Grail Inc.)사이다.  설립 후 2년 사이에 총 13억불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서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가 지난 3월 1일, 나스닥 시장이 아니고 홍콩증권시장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와서 업계의 많은 이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1조 5천억원 정도의 자금을 가진 미국 바이오텍이 홍콩 증시에 상장을 고려하다니?

홍콩증시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화된 자본시장이지만 소위 신경제(New economy) 기업 비중은 상당히 낮다. 미국 뉴욕증시의 과거 10년간 상장건수 중 47%가 신경제 기업들인데, 홍콩은 3%라는 통계가 있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작년 12월  홍콩증권시장 (HKEX) 당국는 “매출전단계 기업(pre-revenue company)”들의 진입이 용이하도록 상장규정을 정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개념 단계” 제품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거나 예상시가총액이 최소 2천억원 (15억 홍콩달러)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바이오텍의 경우는 임상 2상 진입 승인 제품 하나 이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상장 규정상 신경제 기업에게 가장 우호적인 아시아 자본시장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코스닥시장이다.  2005년에 기술사업성 평가 제도를 도입한 이후 “매출전단계 기업”들의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마더스는 임상 2상에 최소한 하나 그리고 제약회사와의 제휴 1건 이상 등으로 상당히 엄격한 규정을 운영하고 있어 2017년도에는 하나의 바이오텍만 상장했다고 한다.  지난 10여년간 바이오텍 회사들의 상장 건수로는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차지하던 코스닥에 홍콩증시가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홍콩증시가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지위, 자유로운 영어 사용, 영미법에 근간한 법체계 등에 우호적인 상장 규정까지 갖춘다면 아시아 “매출전단계 신경제 기업”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자본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레일 입장에선 이러한 금융시장의 장점에 더해 배후의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까지 있을 것이다.

이제 기업들 만이 아니고 자본시장들도 국제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대한 시장과 국제금융허브라는 장점을 가진 홍콩증시에 대응하여 한국 자본시장들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그레일이 코스닥 상장을 고려한다는 뉴스가 나오게 할 수는 없을까?

[제약바이오 다리놓기] 한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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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6.2조, 6.1조, 3.3조.’

법률조항이 아니다. 셀트리온, 신라젠, 한미약품, 메디톡스의 최근 시가총액이다.

2000년대 초반 업계의 꿈은 시총 1조원의 기업을 일구는 것이었다. 초과 달성되었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바이오텍인 펩티드림사는 임상 1상 1개, 전임상 3개, 그리고 수십 개의 연구단계 과제의 파이프라인으로 48억달러(약 5조200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 비교로만 보아도 한국의 바이오텍 분야는 일본을 압도한다.

나스닥과 비교해보면, 옵디보로 유명한 BMS는 1026억달러(약 120조원), 제네릭 업계의 황제였던 테바는 189억달러(약 20조원), 항체 분야 떠오르는 황태자 리제네론은 360억달러(약 39조원), siRNA 분야 선두주자로 올해 첫 제품의 허가가 예상되는 앨나일램이 115억달러(약 13조원)다.

한국 자본시장과 제약바이오업체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 미국 자본시장에 준하는 평가를 누리고 있으며, 때로는 더 후하게 평가받고 있다.

다른 예를 한번 보자. 미국에서 2016년부터 총 69개의 바이오텍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61억달러(약 6조8000억원)다.

한국에서 작년 한 해 제약바이오 분야에 조달된 금액은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조5000억원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1조원만 포함해도 3조5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절대 규모로는 오히려 한 해 기준해서 미국 나스닥 조달 규모 이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들로 볼 때 몇 가지 사실이 분명해진다.

첫째,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투자 규모는 탐색과 ‘초기 밀당’의 시기를 지났다. 본격투자 초기 단계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규모이며 가치평가이다. 이 투자 규모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주는 징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둘째, 그에 걸맞게 다수의 바이오텍들과 제약회사들이 해외 임상에 적극 나서면서 해외 무대에서 위상은 올라가고 있다. 글로벌무대로 나가려는 의욕은 엔진이 과열될 정도로 가득하다. 다국가 임상 2상, 3상을 하는 업체들도 다수가 되고 있다.

셋째, 투자가 구성을 보면 기관들보다는 개인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는 국내 연기금들 운영규정상 바이오텍 편입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관투자가들의 전문적인 분석과 운용은 우리 자본시장의 긴급한 숙제이다.

가끔 해외 기관투자가들과 대화를 할 때 한국 시장의 ‘고평가’가 화제가 되곤 한다. ‘고평가’를 통한 금융자본의 신흥산업 유입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그만큼 이 산업섹터에 대한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기대와 희망이 크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15년 이상 바이오텍 종사자들은 늘 움츠리고 아쉬움을 호소하며 살아 왔다. 그간의 숨죽인 노력의 결실로 이제 ‘고평가’를 누리고 있다. 정당한 ‘고평가’리라. 그리고 이제 그 ‘고평가’라는 수식어가 없어지도록 글로벌 무대에서 스스로를 입증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받았다. 2018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제약바이오 다리놓기] 바이오텍이 경영혁신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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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33조원, 순이익률 42% 그리고 시가총액 107조원. 1987년 설립돼 바이오텍으로는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길리어드(Gilead)의 최근 경영지표이다. 올해 8월 혁신적 항암 면역세포치료제의 선두주자이던 카이트(Kite)를 13조원에 합병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길리아드는 최근 설립된 지 18개월 된 셀디자인랩스(Cell Design Labs)라는 2세대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회사를 인수하면서 합성 신약만 하던 회사의 카이트 인수가 일회성이 아닌 명확한 전략적 방향 설정에 근거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는 존 마틴은 길리아드가 설립된 지 3년 후인 1990년 연구개발 부사장으로 합류했고 1996년부터 2016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작은 바이오텍에서 세계적인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박사 학위를 받고 1세대 바이오텍이었던 신텍스에서 6년, 다국적제약회사이던 BMS에서 6년간 일한 후 길리아드로 옮긴 대표적인 바이오텍 경영자다.

창업 멤버는 아니지만 20년 넘게 대표이사로서 그리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그의 지분율은 불과 0.23%에 불과하다.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주식 보유이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밀리간 존의 지분율은 0.09%이다. 명목상 대주주는 블랙록(Blackrock)으로 뉴욕에 기반을 둔 자산관리 회사다. 창업자가 최대주주이면서 경영자로 있는 우리 바이오텍업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지분율이 극히 미미한 전문 경영자가 20년 넘게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도 지분율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적인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율 희석을 동반하는 형태의 인수합병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우리는 그동안 해외 제약바이오 업계를 보면서 주로 혁신적 신약, 혁신적 기술 그리고 투자 규모 등 외적 결과 요소들에 주목했다. 이제는 그러한 신약과 기술, 투자를 가능케 했던 경영적 혁신에 주목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제약바이오’, 특히 ‘바이오텍’에서의 경영 혁신을 위한 화두를 제공하고자 한다.

첫째, 혁신적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경영진의 지도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투자가들에게서 자원을 확보하고, 내부 역량을 키우면서 동시에 외부의 기회들을 포착하고 내부화하는 지극히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바이오텍 경영진들이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둘째, 최대주주와 경영진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이 바이오텍과 같은 신성장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적절한가? 회사가 성장할수록 성장자본이 필요하고 성장자본이 투입될 때마다 지분율은 변하게 돼 있다. 과연 최대주주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제 제약 바이오 관련 소재는 TV 드라마에도 등장할 정도로 대중에 친숙해지고 있다. 그간 우리 업계가 기술과 금융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였듯이 이제는 기술과 혁신 경영의 만남을 통하여 한 단계 더 성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그러한 길을 간 회사들에서 배우고 또한 성장하는 2018년도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제약바이오 다리놓기] 연구개발 활동과 환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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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관련 국제 행사 중에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이 투병 혹은 회복 경험을 나누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올 6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17(BIO USA 2017)에서는 TJ 샤프가 폐와 간 등으로 전이된 흑색종 4기에서, 외과적 수술과 두 번의 임상시험 참여를 통해 회복되는 투병 과정을 블로그를 쓰며 공유했던 경험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카티(CAR-T) 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청회에서는 환자 보호자들이 참석해 투병과 치료 과정을 증언하기도 했다.

지난 9~11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개최된 미국 폐섬유증재단 학회(Pulmonary Fibrosis Foundation Summit)에서는 특발성폐섬유증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며 뉴욕양키스의 은퇴 선수 버니 윌리엄스가 학술대회의 기조발표를 했다고 전해진다. 이 학회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해 연구자들이 환자들의 실제 고통받는 모습들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FDA나 학회,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연구와 학술활동, 신약 개발이나 허가심의 과정에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이나 의료계, 정부 유관기관들의 최종 목적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공해 회복을 촉진하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연구개발 혹은 허가 과정에서 환자들은 `임상시험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처방의 최종결정권자`인 의사나 `최종 지급자`인 보험회사들의 목소리에 묻혀 상대적으로 무시됐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회복됐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특히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오텍들이 글로벌 임상3상을 수행하고 있고 전통 제약회사들도 신약 중심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벤처캐피털 등 투자 업계에서도 투자 기조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제 한국 제약·바이오업계도 유년기를 넘어 청소년기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신약 자체의 과학적 혹은 사업적 가치`에 몰입되던 시기를 지나고 `신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환자 가치`를 생각하고 사명으로 삼는 성숙함을 이뤄야 할 시기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달성이라는 단기 목표를 넘어서 `혁신신약 개발을 통한 환자가치 실현`이 연구개발 활동의 목적이 될 때 길고 고단한 연구개발에 삶을 바칠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과학적 성과, 사업적 성취, 혹은 성공적 투자 회수 등은 최종 목적으로 가는 과정의 중간 목표들이다. 중간 목표에 매몰돼 최종 목적을 잊어버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얼마 전 헤지펀드 출신의 젊은 경영자가 운영하는 튜링(Turing)이라는 미국 바이오벤처가 수십 년간 저렴하게 사용해오던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사업권을 매입한 후 가격을 급격하게 올려 사업적 목표 극대화를 꾀하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신약 연구개발자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돈은 벌었을지 몰라도 결코 적절하고 성숙한 사업 행위는 아니다.

과정상의 목표들을 넘어서,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하는 참된 이유를 환자에서 다시 찾자.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성숙한 성년기로 가기 위해 연구와 환자 간의 다리 놓기, 목표와 목적의 다리 놓기를 고민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제약바이오 다리놓기] 가시밭길 같은 신약개발의 길- `위대한 실패`에 격려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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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난 후 제약바이오업계가 2017년도를 정의한다면 위대한 CAR-T의 시장 진입과 거대한 가설의 소멸이라고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에는 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려준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던 ‘CETP(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라는 단백질의 저해제’인 머크사의 아나세트래피드(anacetrapid)가 임상 3상 완료 후 개발이 중단됐다.

이로써 1990년대 이래 고지혈증을 포함한 심순환계 질환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던 CETP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비를 내리지 않고 지나가 버린’ 먹구름이 되고 말았다.

신약 개발은 참으로 길고도 어려운 과정이다.

개별 기업들이 감당하기에 참으로 벅찬 사업모델이다. 이러한 독특한 어려움 때문에 임상 단계의 기술 이전이라는 ‘중간단계 거래’가 다른 산업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즉,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 전임상과 임상 초기를 마친 후에 적절한 가격에 더 큰 회사들에 추가적인 개발을 부탁하면서 실시권을 이전하는 것이다.

사실 초기 임상까지의 길도 참으로 험난하고 예측이 어려운 과정이다. 전임상 단계에서는 ‘신약허가를 받을 확률’이 10% 정도다. 첫 환자의 약효 검증에만 수백억 원이 든다. 더군다나 혁신신약을 연구하는 초기에는 모든 정보가 제한적이다. 누구나 데이터와 정보를 충분히 확보한 후에 의사결정을 하고 싶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희망을 보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는 신하들의 말에 인조는 “아껴 먹되 너무 아껴 먹지는 말라”는 당부를 한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현실성 없는 말이라는 비난의 평이 대부분이지만, 국내처럼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의 입안에서 늘 맴도는 말이 아닐까? 또한 보름달이 뜬 날, 저 멀리서 지원병들의 봉화가 타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예조판서 김상헌의 마음은 모든 혁신신약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과도 같다. 시간이 지나 ‘근거 없는 희망’이었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제 2017년을 기점으로 CETP는 업계에서는 차츰 잊힐 이름이 될 것 같다. 마치 한국에서 팩티브라는 이름이 희망의 상징에서 실패 사례의 전형처럼 돼버렸듯이.

하지만 이 시점에서 ‘실패자 예찬가’를 부르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길을 가는 과정에 그 탐험가들이 겪고 감당해 냈던 숱한 역경 속에서 동료들과 불렀을 희망의 노래를 생각한다면, 실패였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거나 폄하되어서는 안 되는 ‘위대한 도전정신’이 있다.

최근 국내 과학계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 이야기가 화두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나 실패한 연구개발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연구원들에게 내린 정부의 결정에 대한 우려와 당혹스러움 때문이다.

위대한 실패들. 위대한 실패들 없이는 절대, 절대 성공이 있을 수 없다. ‘위대한 실패들’은 사실 실패가 아니고 성공으로 갈 길을 밝히는 ‘성공적인 탐색’들이다.

이제 우리는 위대한 실패자들의 위대한 도전정신을 칭송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도전의 싹이 튼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