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다리놓기] 한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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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6.2조, 6.1조, 3.3조.’

법률조항이 아니다. 셀트리온, 신라젠, 한미약품, 메디톡스의 최근 시가총액이다.

2000년대 초반 업계의 꿈은 시총 1조원의 기업을 일구는 것이었다. 초과 달성되었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바이오텍인 펩티드림사는 임상 1상 1개, 전임상 3개, 그리고 수십 개의 연구단계 과제의 파이프라인으로 48억달러(약 5조200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 비교로만 보아도 한국의 바이오텍 분야는 일본을 압도한다.

나스닥과 비교해보면, 옵디보로 유명한 BMS는 1026억달러(약 120조원), 제네릭 업계의 황제였던 테바는 189억달러(약 20조원), 항체 분야 떠오르는 황태자 리제네론은 360억달러(약 39조원), siRNA 분야 선두주자로 올해 첫 제품의 허가가 예상되는 앨나일램이 115억달러(약 13조원)다.

한국 자본시장과 제약바이오업체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 미국 자본시장에 준하는 평가를 누리고 있으며, 때로는 더 후하게 평가받고 있다.

다른 예를 한번 보자. 미국에서 2016년부터 총 69개의 바이오텍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61억달러(약 6조8000억원)다.

한국에서 작년 한 해 제약바이오 분야에 조달된 금액은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조5000억원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1조원만 포함해도 3조5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절대 규모로는 오히려 한 해 기준해서 미국 나스닥 조달 규모 이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들로 볼 때 몇 가지 사실이 분명해진다.

첫째,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투자 규모는 탐색과 ‘초기 밀당’의 시기를 지났다. 본격투자 초기 단계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규모이며 가치평가이다. 이 투자 규모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주는 징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둘째, 그에 걸맞게 다수의 바이오텍들과 제약회사들이 해외 임상에 적극 나서면서 해외 무대에서 위상은 올라가고 있다. 글로벌무대로 나가려는 의욕은 엔진이 과열될 정도로 가득하다. 다국가 임상 2상, 3상을 하는 업체들도 다수가 되고 있다.

셋째, 투자가 구성을 보면 기관들보다는 개인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는 국내 연기금들 운영규정상 바이오텍 편입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관투자가들의 전문적인 분석과 운용은 우리 자본시장의 긴급한 숙제이다.

가끔 해외 기관투자가들과 대화를 할 때 한국 시장의 ‘고평가’가 화제가 되곤 한다. ‘고평가’를 통한 금융자본의 신흥산업 유입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그만큼 이 산업섹터에 대한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기대와 희망이 크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15년 이상 바이오텍 종사자들은 늘 움츠리고 아쉬움을 호소하며 살아 왔다. 그간의 숨죽인 노력의 결실로 이제 ‘고평가’를 누리고 있다. 정당한 ‘고평가’리라. 그리고 이제 그 ‘고평가’라는 수식어가 없어지도록 글로벌 무대에서 스스로를 입증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받았다. 2018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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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다리놓기] 바이오텍이 경영혁신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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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33조원, 순이익률 42% 그리고 시가총액 107조원. 1987년 설립돼 바이오텍으로는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길리어드(Gilead)의 최근 경영지표이다. 올해 8월 혁신적 항암 면역세포치료제의 선두주자이던 카이트(Kite)를 13조원에 합병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길리아드는 최근 설립된 지 18개월 된 셀디자인랩스(Cell Design Labs)라는 2세대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회사를 인수하면서 합성 신약만 하던 회사의 카이트 인수가 일회성이 아닌 명확한 전략적 방향 설정에 근거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는 존 마틴은 길리아드가 설립된 지 3년 후인 1990년 연구개발 부사장으로 합류했고 1996년부터 2016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작은 바이오텍에서 세계적인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박사 학위를 받고 1세대 바이오텍이었던 신텍스에서 6년, 다국적제약회사이던 BMS에서 6년간 일한 후 길리아드로 옮긴 대표적인 바이오텍 경영자다.

창업 멤버는 아니지만 20년 넘게 대표이사로서 그리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그의 지분율은 불과 0.23%에 불과하다.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주식 보유이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밀리간 존의 지분율은 0.09%이다. 명목상 대주주는 블랙록(Blackrock)으로 뉴욕에 기반을 둔 자산관리 회사다. 창업자가 최대주주이면서 경영자로 있는 우리 바이오텍업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지분율이 극히 미미한 전문 경영자가 20년 넘게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도 지분율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적인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율 희석을 동반하는 형태의 인수합병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우리는 그동안 해외 제약바이오 업계를 보면서 주로 혁신적 신약, 혁신적 기술 그리고 투자 규모 등 외적 결과 요소들에 주목했다. 이제는 그러한 신약과 기술, 투자를 가능케 했던 경영적 혁신에 주목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제약바이오’, 특히 ‘바이오텍’에서의 경영 혁신을 위한 화두를 제공하고자 한다.

첫째, 혁신적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경영진의 지도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투자가들에게서 자원을 확보하고, 내부 역량을 키우면서 동시에 외부의 기회들을 포착하고 내부화하는 지극히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바이오텍 경영진들이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둘째, 최대주주와 경영진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이 바이오텍과 같은 신성장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적절한가? 회사가 성장할수록 성장자본이 필요하고 성장자본이 투입될 때마다 지분율은 변하게 돼 있다. 과연 최대주주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제 제약 바이오 관련 소재는 TV 드라마에도 등장할 정도로 대중에 친숙해지고 있다. 그간 우리 업계가 기술과 금융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였듯이 이제는 기술과 혁신 경영의 만남을 통하여 한 단계 더 성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그러한 길을 간 회사들에서 배우고 또한 성장하는 2018년도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제약바이오 다리놓기] 연구개발 활동과 환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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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관련 국제 행사 중에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이 투병 혹은 회복 경험을 나누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올 6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17(BIO USA 2017)에서는 TJ 샤프가 폐와 간 등으로 전이된 흑색종 4기에서, 외과적 수술과 두 번의 임상시험 참여를 통해 회복되는 투병 과정을 블로그를 쓰며 공유했던 경험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카티(CAR-T) 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청회에서는 환자 보호자들이 참석해 투병과 치료 과정을 증언하기도 했다.

지난 9~11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개최된 미국 폐섬유증재단 학회(Pulmonary Fibrosis Foundation Summit)에서는 특발성폐섬유증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며 뉴욕양키스의 은퇴 선수 버니 윌리엄스가 학술대회의 기조발표를 했다고 전해진다. 이 학회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해 연구자들이 환자들의 실제 고통받는 모습들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FDA나 학회,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연구와 학술활동, 신약 개발이나 허가심의 과정에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이나 의료계, 정부 유관기관들의 최종 목적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공해 회복을 촉진하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연구개발 혹은 허가 과정에서 환자들은 `임상시험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처방의 최종결정권자`인 의사나 `최종 지급자`인 보험회사들의 목소리에 묻혀 상대적으로 무시됐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회복됐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특히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오텍들이 글로벌 임상3상을 수행하고 있고 전통 제약회사들도 신약 중심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벤처캐피털 등 투자 업계에서도 투자 기조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제 한국 제약·바이오업계도 유년기를 넘어 청소년기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신약 자체의 과학적 혹은 사업적 가치`에 몰입되던 시기를 지나고 `신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환자 가치`를 생각하고 사명으로 삼는 성숙함을 이뤄야 할 시기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달성이라는 단기 목표를 넘어서 `혁신신약 개발을 통한 환자가치 실현`이 연구개발 활동의 목적이 될 때 길고 고단한 연구개발에 삶을 바칠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과학적 성과, 사업적 성취, 혹은 성공적 투자 회수 등은 최종 목적으로 가는 과정의 중간 목표들이다. 중간 목표에 매몰돼 최종 목적을 잊어버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얼마 전 헤지펀드 출신의 젊은 경영자가 운영하는 튜링(Turing)이라는 미국 바이오벤처가 수십 년간 저렴하게 사용해오던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사업권을 매입한 후 가격을 급격하게 올려 사업적 목표 극대화를 꾀하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신약 연구개발자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돈은 벌었을지 몰라도 결코 적절하고 성숙한 사업 행위는 아니다.

과정상의 목표들을 넘어서,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하는 참된 이유를 환자에서 다시 찾자.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성숙한 성년기로 가기 위해 연구와 환자 간의 다리 놓기, 목표와 목적의 다리 놓기를 고민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제약바이오 다리놓기] 가시밭길 같은 신약개발의 길- `위대한 실패`에 격려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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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난 후 제약바이오업계가 2017년도를 정의한다면 위대한 CAR-T의 시장 진입과 거대한 가설의 소멸이라고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에는 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려준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던 ‘CETP(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라는 단백질의 저해제’인 머크사의 아나세트래피드(anacetrapid)가 임상 3상 완료 후 개발이 중단됐다.

이로써 1990년대 이래 고지혈증을 포함한 심순환계 질환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던 CETP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비를 내리지 않고 지나가 버린’ 먹구름이 되고 말았다.

신약 개발은 참으로 길고도 어려운 과정이다.

개별 기업들이 감당하기에 참으로 벅찬 사업모델이다. 이러한 독특한 어려움 때문에 임상 단계의 기술 이전이라는 ‘중간단계 거래’가 다른 산업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즉,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 전임상과 임상 초기를 마친 후에 적절한 가격에 더 큰 회사들에 추가적인 개발을 부탁하면서 실시권을 이전하는 것이다.

사실 초기 임상까지의 길도 참으로 험난하고 예측이 어려운 과정이다. 전임상 단계에서는 ‘신약허가를 받을 확률’이 10% 정도다. 첫 환자의 약효 검증에만 수백억 원이 든다. 더군다나 혁신신약을 연구하는 초기에는 모든 정보가 제한적이다. 누구나 데이터와 정보를 충분히 확보한 후에 의사결정을 하고 싶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희망을 보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는 신하들의 말에 인조는 “아껴 먹되 너무 아껴 먹지는 말라”는 당부를 한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현실성 없는 말이라는 비난의 평이 대부분이지만, 국내처럼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의 입안에서 늘 맴도는 말이 아닐까? 또한 보름달이 뜬 날, 저 멀리서 지원병들의 봉화가 타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예조판서 김상헌의 마음은 모든 혁신신약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과도 같다. 시간이 지나 ‘근거 없는 희망’이었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제 2017년을 기점으로 CETP는 업계에서는 차츰 잊힐 이름이 될 것 같다. 마치 한국에서 팩티브라는 이름이 희망의 상징에서 실패 사례의 전형처럼 돼버렸듯이.

하지만 이 시점에서 ‘실패자 예찬가’를 부르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길을 가는 과정에 그 탐험가들이 겪고 감당해 냈던 숱한 역경 속에서 동료들과 불렀을 희망의 노래를 생각한다면, 실패였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거나 폄하되어서는 안 되는 ‘위대한 도전정신’이 있다.

최근 국내 과학계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 이야기가 화두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나 실패한 연구개발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연구원들에게 내린 정부의 결정에 대한 우려와 당혹스러움 때문이다.

위대한 실패들. 위대한 실패들 없이는 절대, 절대 성공이 있을 수 없다. ‘위대한 실패들’은 사실 실패가 아니고 성공으로 갈 길을 밝히는 ‘성공적인 탐색’들이다.

이제 우리는 위대한 실패자들의 위대한 도전정신을 칭송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도전의 싹이 튼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제약바이오 다리놓기] 제약업계, 탐험가가 돼라

==모두가 안된다고 비관할때 노바티스 CAR-T치료제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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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30일, 세계 신약개발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바로 노바티스의 CAR-T 세포치료제인 킴라이아(Kymriah, 일반명은 Tisagenlecleucel, 티사젠렉류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5세 이하 환자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이라는 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날이다.

바로 이틀 전인 28일에는 역사적인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를 확보하기 위해 2011년 11월에 파마셋을 120억달러에 사들인 길리아드가 CAR-T 분야에 진출하면서 카이트 파마(Kite Pharma)라는 바이오텍을 119억달러에 인수·합병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CAR-T 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T. 키메릭 항원 수용체 발현 T세포)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2011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칼 준 교수가 3명의 말기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자 임상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하면서다.

환자들의 T세포를 뽑아내어 암세포를 인지하도록 유전자조작을 한 후에 대량 배양해 환자들에게 재투여하는 방식의 매우 실험적인 세포치료제였다.

환자들이 유전자조작된 자신의 T세포를 주사한 이후 일주일 정도에 감기와 같은 고열증세가 보이더니 열이 가라앉고, 곧 환자 3명 중에서 2명의 암세포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1년이 지난 후에도 완전히 회복해 직장으로 복귀했다. 전 세계 의료계는 이 연구 결과에 열광했으며 백혈병의 완치를 꿈꾸게 됐다.

제약업계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연구 결과를 구경만 하고 있었다.

당시 의구심을 던진 몇 가지 사항은 이러하다.

첫째는 병원에서 시술하는 방식의 세포치료제가 과연 제약회사들의 사업모델에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둘째는 대량 생산이 되지 않는 극단적인 개인맞춤형 생산의 경우 어떻게 생산시설을 만들고 짧은 시간 내에 환자가 있는 곳으로 배송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셋째는 과연 이런 경우 천문학적인 가격에 대해 환자와 보험사에서 수용할 것인가 하는 경제적인 것이었다.

그때 1년 만인 2012년 칼 준 교수의 기술을 가져간 제약회사는 항암제 분야에서 글리벡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항체 분야에서는 다소 뒤져 있었던 노바티스였다. 노바티스가 허가를 받기까지 새로운 생산법과 생산시설 건립, 혁신적 약가 정책의 수립과 보험사들과의 협의 등 이뤄낸 업적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아니고 새로운 것들이었다.

특히나 2012년 칼 준 교수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을 때는 확실한 게 없는 상황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나무 심고, 다리 만들며, 탐험의 길을 완수한 탐험가’와 같다. 실력과 자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동시에 의지가 명확한 비전 없이 할 수 없는 과정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의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세상에 전혀 없는 기술로 치료제가 없는 분야에서 혁신신약을 창출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멋진 탐험의 길’을 시작하고 완수할 수 있기를 그려본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제약바이오 기업의 관심질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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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연구개발 분야, 특히 질환 분야도 유행이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는 고지혈증의 시대였다. 스타틴 계열로 분류되는 합성의약품들이 블록버스터 다수를 형성하며 고지혈증이라는 질환을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는 혁신을 이루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는 COX2 저해제로 알려진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진통제들이 블록버스터들을 이루면서 대세를 형성했다.
그리고 90년대 말부터는 항체 항암제들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동일한 시대에 자가면역치료로서의 항체치료제들이 큰 파도를 이루었다. 허셉틴은 동반진단과 함께 유방암 치료 분야에서, 엔브렐 등은 류머티즘 관절염 등에서 큰 혁신을 이루었다.

가장 최근에는 PD-1과 PD-L1을 표적단백질로 하는 면역항암제들이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C형 간염 치료제들도 불과 5년을 사이에 두고 블록버스터를 형성하며 길리어드는 대형 바이오텍 회사에서 대형 제약사로 급성장하였다.

이러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옮겨 다니는 질환들에는 나름의 공통점들이 있다. 바로 미충족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s)이다. 시장이 큰 질환이 아니고, 좋은 치료제가 없는 질환 분야를 찾아 다닌다는 것이다.

과거 세계적 경향에 어두웠던 국내 제약바이오회사들은 이미 형성된 시장의 규모를 기준으로 ‘시장 매력도’를 측정하여 연구개발을 시작했던 경우들이 꽤 있었다. 각종 보고서들이 자료 분석을 통하여 제시하는 시장 규모가 바로 ‘시장 매력도’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장 규모’가 큰 질환분야를 따라가다 보면, 이미 그 시장은 포화상태가 되어 약간의 ‘점진적 혁신’으로는 시장(실제 제품 시장뿐 아니라 실시권 이전 시장도 포함)에서 시선을 끌기가 힘들었다.

그럼 미충족의료수요가 높은 분야 모두가 매력적인 분야일까. 아니다. 이런 질환들에 대한 기초연구가 충분히 발달해야 한다. 혁신신약을 연구개발하기 위해서는 그 질환 분야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가능해야 한다. 황반변성이라는 안구질환이 인구 고령화와 함께 늘어나고, 이에 대한 분자 수준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10년 사이에 두 개의 항체 기반 치료제들(아일리아와 루센티스)이 8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한 것은 미충족의료수요와 질병에 대한 과학적 발전이 맞아떨어진 좋은 예이다.

최근에는 청각상실이라는 분야가 이러한 기준을 조금씩 충족시키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청력상실에 대한 치료제 연구는 제약사들 사이에서 거의 없었는데, 기초연구에 기반한 바이오텍들이 연구를 시작하면서 임상에서 조금씩 효력을 보이자, 다국적 제약사들의 관심도 점증하고 있다.
미충족의료수요와 과학적 발전이라는 두 조건을 충족시키는 이러한 분야가 바로 미래의 황금 시장이 되는 것이다. 치매를 필두로 하는 신경질환, 그리고 섬유증 등도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분야다.

이러한 미충족의료수요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를 충족시킬 기초과학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바로 의사와 기초연구자들이 협력해야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미충족의료수요를 잘 아는 의사와 그 미충족의료수요를 채워줄 기초연구에 강한 기초과학자들 사이에 더 넓고 튼튼한 다리를 놓아야 한다.

[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바이오텍 `전초기지 지휘관`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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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의 고위 임원과 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전 세계 신약 혁신 생태계(Innovation ecosystem)에서 한국의 비중이 점점 커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임원은 한국이 혁신의 씨앗만 제공하는 수준에서 혁신의 씨앗을 묘목으로까지 키우는 독자적 생태계로 클 수 있는지를 몹시 궁금해했고 그 주요 척도(혹은 인자)로 ‘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바이오텍 기업가(Entrepreneur)’들이 나오고 있는지,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지 집요하게 물었다.

그동안 바이오텍 기업가들을 ‘탐험가’로 비유하며 업의 본질을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군사적 개념을 빌려 ‘전초기지 지휘관’으로 비유해보고자 한다.

전초기지(outpost)는 위기(위험과 기회)를 미리 감지하고 초기 대응하며 본대와 연락하여 미리 준비하도록 하는 소규모 부대들이다.

국내 산업이 빠른 추격자라는 위치에서 저가 상품으로 기존 시장을 침투하던 시절에는 상사들이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당시 상사맨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국내는 생산기지였고, 여러 상사회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을 들고 팔 곳을 찾아다니고 플랜트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따냈다.

이후 정보화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전초기지 역할은 개별 기업들의 숙제로 남겨졌다. 그런데 대기업들 규모가 커지면서 자체 혁신 동력 및 대응 속도가 떨어지고 더 이상 추격자로서 경제를 키워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초기지 역할은 자연스럽게 아이디어와 속도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의 몫으로 넘어가고 있다. 국내는 아직 과도기여서 역할 분담과 그에 따른 보상 측면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전초기지로서의 스타트업들을 가장 잘 응원하고 보상해주는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는 미국을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물론 2000년대 초에 비하면 상전벽해와 같이 개선되기는 했다.

전초기지로서의 바이오텍들은 자원 확보(펀딩)를 위하여 늘 긴장해야 하고, 원칙을 지키되 임기응변도 사용하면서 재무적 불안정성·기술적 불확실성·팀원들의 높은 긴장도와 불안·팀워크 형성의 중요성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한다.

다시 그 다국적제약사 임원이 집중했던 바이오텍 기업가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 말은 전초기지 지휘관으로서 바이오텍 기업가들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불확실성과 긴장 상황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내부와 외부 자원을 확보해 가면서 도전하고 헤쳐나갈 역량을 가진 기업가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가들은 학교에서 양성되지 않고 실전을 통해서만 키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연속창업가들에 대한 엄청난 가산점을 주게 된다.

국내는 그동안 기초과학 분야 배경을 가진 바이오텍 기업가들이 주를 이루었다.

교수 창업이 많았던 배경이다. 이제 제약업계에서 ‘개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기업가로 더 참여하고 성장해야겠다. 특히 중개연구나 이행연구를 할 수 있는 ‘기업가적 개발자’를 많이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제약회사에 있건 바이오텍에 참여하건 이러한 기업가적 개발자들의 부상과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