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바이오텍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부분.. …“진실성 구축 작업”

매경의 링크는 여기

 

현대판 대항해 탐험가들인 “바이오텍기업가”에게는 그 모험을 후원하는 투자가들에 대한 의무가 있다.

또한, 투자가들도…탐험가들의 주장과 탐험계획서가 결과적으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음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혁신신약들과 같이 아직 가보지 못한 과학 영역을 향해 출발하는데 어찌 “탐험의 첫걸음 시점에 가지고 있는 지도”가 다 맞아야만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이 시점에서 투자가들과 “탐험가들” 간에는 최소한의 약속이 있어야 한다.

설령 이번 탐험이 실패로 결론이 났더라도,  다음 탐험에서 “투자가”와 “탐험가”로 다시 만날 때에도 기꺼이 후원해 줄 정도의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탐험가”들의 역할이 더 크다.

첫째, 정보의 제공이다. 투자가들의 후원에 대한 의무이다. 물론 투자가들도 기대수익을 염두에 두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지만, 그 거래의 바닥에는 탐험가-투자가 간의 신뢰 거래가 있다. 신뢰는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 그 첫번째 단계가 정보의 제공이다.  현대의 “바이오텍 기업가”들은 회사가 비상장이건 상장이건, 현재 모습에 대한 최대한의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여야 한다. 현재 나스닥과 비교하면 공개 정보의 양과 질 측면에서 코스닥은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 나스닥의 경우 주요 경영진들 각각의 보상들, 회사의 진척사항들이 상당히 자세히 공개가 된다. 또한 과제들의 진척사항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공개가 된다.

둘째, 견제 기제의 제공이다. 탐험가들의 경로나 계획에 문제제기를 하고 수정을 논할 수 있는 견제 기제가 있어야 한다.  사실 주식회사에서는 “이사회”가 다수의 투자가들과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경영진들과 협의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이지만, 아쉽게도 국내 대부분의 바이오텍들은 “경영진 (대부분은 창업주 겸 대주주)”의 의도에 따라 “이사회”가 구성되기 때문에 투자가들의 의견 개진과 협의를 위한 창구로서의 기능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주주들을 대변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사회”가 “경영진”들에게는 조금은 귀찮을 수도 있으나, 이러한 과정이 투자가들과의 신뢰를 쌓는 길이요, 혹시 다른 의견들이 있을 경우 자연스럽게 협의하면서 투자가들의 조언을 반영할 수 있는 기제이다. 국내 투자가들이 수동적 투자가들이라고 아쉬워하기 전에 과연 의견개진과 대안제시의 적절한 기제를 제공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때이다.  적극적 투자가는 참여의 공간이 제공 되어야만 나타날 수 있다.

정보제공과 세련된 견제 기제의 작동을 통해서 동업자 정신이 싹트게 되고 쌓아올린 “신뢰”는 탐험가에게 “최고의 자산”이 된다.

“진실성”은 수식으로 증명될 수 없기에, 의사소통과 상호 협력의 과정을 통하여 증명되고 키워지고 입증된다. 연속창업가들에게 투자가들이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과거 함께 일했던 경험을 통하여 “연속창업가”의 “진실성”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바이오텍 회사들이 투자가들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정보제공과 견제기제의 수용으로 현재와 미래의 탐험들을 위한 신뢰를 쌓아나가야겠다.

 

한국 제약바이오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본 글은 데일리팜에 2016년 7월 12일자로 게재된 기고문이다.

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214171&keyWord=%C0%CC%C1%A4%B1%D4%20%C1%DF%B1%B9

 

‘한미약품, CJ헬스케어, 제넥신, 파맵신, 레고켐
자이랩(Zai Lab), 뤄신(Luoxin), 태슬리(Tasly), 3SBio, 푸싱(Fuson)제약….’

한국을 대표하는 신약연구개발회사들과 최근 1년 사이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한 중국 제약바이오회사들이다.

우리는 화이자, 노바티스, 로슈, 다케다 등 서양 및 일본 대형제약회사들이나 길리아드, 암젠, 리제너론 등 대형 바이오텍회사들 그리고 주노와 같은 떠오르는 미국 바이오텍회사들의 이름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의 상위 제약회사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바이오텍 회사들의 이름은 생소하기만 하다.

2010년 IMS의 시장예측에 의하면 2020년에는 중국이 세계에서 두번째 큰 제약시장이며, 2009~13년 전세계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의 29%가 중국 시장 성장에 기인한다고 한다.

실제 2004년 125억달러 (한국보다 약간 큰 규모)이던 의약품 시장은 2011년 669억 달러고 상장했고 2014년에는 1000억달러를 넘었다.

중국의 1위 제약회사인 시노팜은 2013년 매출이 이미 275억불이다. 물론 제네릭 중심이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3.7% 밖에 되지는 않지만, 이미 그 규모는 10억불이다. 국내 상위 제약사 매출액 규모의 영업이익을 누리고 있다.

중국을 다시 보고 자세히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 몇가지 주목할 만한 사항들을 나열해 본다.

첫째,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이다. 아직은 저가 중심의 의약품들이 대부분의 시장을 형성하지만, 고가약들의 성장속도도 만만치 않다.

둘째, 다국적제약회사들의 중국 연구소 및 생산시설 확보와 더불어, 중국 바이오텍 회사들을 중심으로 해외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또한, 중국에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나 바이오텍 회사들에는 중국인들 외에도 서양인들도 꽤 많이 일하고 있어서 매우 국제화된 인재풀을 형성하고 있다.

셋째, 자본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다. 이를 상징하는 사건들은 최근 중국 바이오텍 회사들의 자금조달 규모이다. 설립 후 첫 자금조달인 Series A단계에서 CStone 파마는 1억5000만불(약 1600억원)을 조달하였다. Hua Medicine도 이미 자금조달 규모가 1억2000만불이 넘는다. 우리가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자금조달 규모가, 우리가 아직은 우리보다 뒤에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에서 요즘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넷째, 다양한 국제화 시도이다. 상위제약사들 중에서 Jiangsu Hengrui Medicine은 해외 투자그룹과 HR Bio Holdings Limited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미국 프린스턴에 Hengrui Therapeutics라는 바이오벤처를 설립하고 이미 1억불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다른 모델로는 WuXi Ventures를 빼 놓을 수 없다. WuXi AppTec의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로 최근 뉴스가 되는 서양 바이오텍들에 자주 등장하는 투자가로 자리매김을 했다. 물론 수익률도 높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Juno, 23andMe, Foundation Medicine 뿐 아니고 위에 소개된 Hua Medicines, CStone Pharmaceuticals, 그리고 BeiGene 등이 있다. 최근에 한미벤처스가 설립되었지만, 자금의 규모를 보면 WuXi Ventures(우리가 흔히들 CMO라고 낮게 보는 회사의 CVC) 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 전문인력만도 이미 10여명이 넘는 큰 규모의 CVC이다.

이러한 중국은 이제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제 제약바이오 산업에 기회이자 위협이다.

우선 제품개발 측면에서 기획단계부터 중국에서 개발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국은 아직도 약사규정이 ICH 규정과 다른 면이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반영하여 실험해야만 시간을 아낄 수 있다.(대표적으로 IND시에 원재와 완제의 3배치에 대한 안정성을 확인하여야 한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개발을 진행하다가 중국을 생각하면 IND준비부터 다시 해야 하므로 금쪽같은 특허시간 몇 년이 날아가 버린다.

둘째는 투자자로서 중국이다. 특히 한국바이오텍이나 중소 제약회사들에게는 큰 기회이다. 얼마 전에 중국 상위제약회사가 국내 제약 바이오벤처를 2000억대 인수규모로 알아본다는 소문이 돌았다. 단순한 소문은 아닌 듯하다. 중국은 이제 한국 제약회사나 바이오텍 회사의 의미있는 투자자 혹은 인수자가 될 수 있다. 향후 중국 진출을 고려해서라도 초기부터 투자가 계획을 세울 때 중국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5년 내에 국내 지명도 있는 제약회사나 바이오텍이 중국 상위 제약사들이나 PE (Private Equity)회사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셋째는 투자처로서 중국이다. 국내 창업투자사들이 중국 투자를 시작한지도 10년가까이 된다. 중국은 모든 방면에서 성장하는 시장이다. 제품도 성장하고, 기업도 성장한다. 국내의 조금 앞선 바이오텍 투자 경험과 자본시장 경험을 살린다면 좋은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국내 제약사들과의 협업도 가능하다. 단순히 국내 VC들만 관심 가질 것이 아니고 국내 제약사들도 VC의 출자자로 참여함을 통해서 중국과의 사업기회를 옅보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은 한국 제약바이오텍에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제는 전략과 실행 양 측면에서 필수고려사항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지역 시장의 변화가 스위스 제약기업들이 유럽시장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제약기업으로 성장했던 것과 같이 한국 제약바이오에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잘 활용한다면 말이다.

미국 생명과학 업계 VC의 각광받는 모델 EIR

오늘 여러 뉴스들에서 Atlas Venture가 주도되어 $17백만불 시리즈 A를 마친  Quartet Medicine이라는 회사가 주목받고 있다.

회사를 간략히 파악해 보니 이렇다.

  • 회사명: Quartet Medicine (미국 보스톤 소재)
  • 설립: 2013년 말
  • 홈페이지: http://www.quartetmedicine.com (그냥 초기 화면 한페이지 밖에 없다)
  • 질환분야: BH4 (tetrahydrobiopterin, BH4)조절을 통한 만성통증과 염증분야 치료제
  • 개발단계: 전임상 전단계
  • 대표이사: Kevin Pojasek  (아래 참고)
  • 이사회의장 : Bruce Booth

FierceBiotech에서는 Atlas가 투자하는 회사에 Pfizer와 Novartis가 각각의 Corporate VC를 통해 같이 투자한다는데 촛점을 맞춘 제목이다.

Pfizer, Novartis chip in on $17M round for an Atlas upstart focused on pain 화이자, 노바티스.. 아틀라스의 통증분야 전문 신생바이오 벤처의 $17백만불 자금조달에 참여하다.

하지만 회사의 보도자료를 보면 주인공은 Atlas Venture이다.

Quartet Medicine Launches with $17 Million Series A Financing  쿼텟 메디신 $17백만불 시리즈  A 자금과 함께 출발

Company to explore broad applications for modulators of tetrahydrobiopterin (BH4) synthesis in the treatment of chronic pain and inflammation   회사는 BH4 조절제를 만성통증과 염증분야에 다양하게 응용하고자 한다. 

 

몇가지를 종합해서 보면 이야기는 이렇게 된다.

 

Atlas Venture의EIR (Entrepreneur-in-residence, 거주창업자)로 있던 케빈 포자섹 박사 (Dr. Keven Pojasek)은 2013년 말경에 통증분야의 전문가 2명과 함께 Quartet Medicine이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여기서 EIR (Entrepreneur-in-residence, 거주창업자)는 미국 VC업계에서 꽤나 잘 정착된 제도인데, 주로 과학적 전문성이 있고, 자신의 새로운 벤처를 하려는 사람이 특정 VC와 협력하는 형태이다. 구체적인 예는 필자가 전에 썼던 “80조짜리 바이오벤처가 1인 회사에게 기술이전을?…” 을 한번 참고하면 좋다.

Kevin-Pojasek-Headshot-200x2402Kevin is president, chief operating officer, and co-founder of Quartet Medicine and chief operating officer of Annovation Biopharma. Prior to joining Atlas, Kevin spent ten years in executive leadership and research and development roles in venture-backed startups, most recently serving as vice president of corporate development at Kala Pharmaceuticals.

Kevin 과 함께 회사의 공동설립자로 참여한 사람은 두명으로 아래와 같다.

  • Clifford Woolf, MD, Harvard Medical School and Boston Children’s Hospital
  • Kai John, Ecole Polytechnique, Federale de Lausanne

그래서 회사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다.

Quartet was founded by scientists at Boston Children’s Hospital and École Polytechnique Fédérale de Lausanne (EPFL) in Switzerland in conjunction with Atlas Venture.

퀘텟은 보스톤소아병원과 스위스 EPFL 과학작들이 Atlas Venture와 협력해서 설립되었다.

그래서 회사의 이사회 의장 (우리로 하면 보통 회장 Chairperson으로 번역하지만, 어감은 국내와는 좀 다르다)이  Atlas Ventue의 스타 벤처캐피탈리스트인 Bruce Booth가 맡고 있는 것이다.

 

Atlas Venture는 EIR 제도를 통해서 이번 주에만 4개의 회사의 출범 (설립이라는 개념보다는 자금조달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시켰다.

우넘 Unum : Antibody-Coupled T cell Receptor (ACTR) 기술을 이용한 세포기반 면역항암 요법.

자세한 내용은 ” 면역항암분야(Immuno-Oncology) 개요와 관전포인트들(7)” 을 참고. Fierce Biotech의 관련뉴스는 여기

레이즈 Raze : 세포의 동화작용(anabolic pathway)를 조절하여 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 2013년말에 설립됨. 최근 $24백만불을 모으는데, Atlas Venture가 주도하였고,  Novartis, MPM Capital Management, MS Ventures, Partners Innovation Fund, Astellas Venture Management 가 투자에 참여함.  이 회사는  Atlas Venture의 EIR이던 Adam Friedman (이 사람의 경력은 LinkedIn을 참고) 이 창업을 주도. 자세한 내용은 FierceBiotech의 뉴스 (여기)를 참고.

바이씨클(자전거) Bicycle : bicycle peptide drug conjugate (자전거펩타이드 약물 중합체) 기술을 이용하여 항체보다 100배 작은 크기로 항체와 유사한 결합력과 특이성으로 약물을 전달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scientific founder 가 Sir Greg Winter 그렉 윈터 경으로 Cambridge Antibody Technology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 Domantis(GlaxoSmithKline에 인수) 등을 설립한 사람이다.  Atlas가 주도하고 Novartis Ventue Fund, GlaxoSmithKline의 SR One 그리고 일본제약사의 VC인 Astellas Venture Management가 총 $32백만불 자금조달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FierceBiotech의 뉴스 (여기)를 참고.

이렇듯  Atlas Venture는 회사 내의 정직원에 해당하는 Venture capitalist 들 숫자만큼의 Venture Partners/EIR들이 함께 일하면서 아래와 같은 특징적 투자모델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EIR  들의 경력은 여기를 보면 대략 짐작이 감.

  • 기획 창업 [EIR들과 협력하여 유망 분야를 선도하는 과학자들을 모아 회사를 설립한다.

[우리나라 부동산업계의 “기획부동산”을 생각하면 쉬울 듯… 주제 잡고, 선수들 모으고, 자금 setting하고..]

  • 설립 후 준비 작업을 거쳐서 다른  VC들을 동참시켜서 Series A를 해서 본격적인 회사 연구개발을 한다
  • EIR이 나중에 회사의 대표가 되거나 Atlas의 Venture Partner가 되어 해당 회사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공유한다.
  • 대부분의 경우 설립한 회사들은 virtual 혹은 lean organization으로 운영한다.

 

미국 VC들도 2000년초반까지는 창업자들이 회사를 설립한 후 투자를 검토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꽤 많은 회사들이 설립시부터 깊이 관여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바로 이런 흐름을 주고 하고 있는 VC가 Atlas이다. 물론 The Third Rock  같은 곳도 비슷하게 주도하고 있다.

이런 모델은 사실 VC들 뿐만 아니라 VC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과학적으로 깊이가 있으면서 창업, 혹은 바이오텍 운영의 know-how가 있는 기업가 정신 충만한 EIR들 없으면 안된다. EIR들은 대부분 제약/바이오 출신들이다.

국내  VC업계와 제약/바이오 업계가 아직은 경험을 축적해 가는 과정이기에 당당은 어런 모델이 쉽지 않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러한 VC-EIR의 협력 모델이 나올 것이라 예측해 본다.

Management Entrenchment (참호속의 경영진) 1

트렌치코트는 원래 군인(장교들)의 옷이었다. 1차세계대전때 영국 버버리가 제안한 디자인을 영국군이 채택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트렌치코트 스타일의 군복상의는 나중에 나찌들의 가죽 트렌치코트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러던  것이 나중에는 민간인들의 패션아이템이 되면서 분위기 잡는 “남성”들이나 경쾌한 색깔 혹은 빨강색의 버버리 트렌치코트가 아주 유행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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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트렌치코트는 우의(raincoat)였다. 그리고 장교들만 입을 수 있는 고가의 군복이었다. 1차대전까지는 영국군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군바리(?) 아저씨들이 종전 후에도 입고 다니면서 오히려 민간에서 유행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트렌치”라는 말에는 1차대전의 참혹사가 있다. 바로 참호전(Trench warfare 혹은 trench war, 혹은 진지전)이라는 인류 전쟁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장의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그 발단은 총기류의 성능 향상, 좀더 구체적으로는 기관총에 있다.  프랑스 중북부를 지나면서 형성된 서부전선에서 바로 양쪽 진영이 기관총으로 무장한 참호들을 사이에 두고, 아직까지 기관총의 전술적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전장 장교들이 용감함으로 무장하고는 “돌격 앞으로”를 외쳐댔기 때문이다. 결과는 너무나도 비극적이었다.  엄청난 신병들이 적군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기관총에 의해 참호를 나가자말자 전사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시간 정해 놓고 어두워지면 전사자 처리하는 약간의 낭만이라도 있었던 듯하지만…….. E. M.레마르크의 소설 “서부전선이상없다”에서 그 참혹상과 그로 인한 고뇌가 일부 그려져 있다……..그 엄청난 사상자들 – 정말 상상을 할 수 없는 사망자들-이 발생한 인류최초의 전면전(total war)였던 것이다. 결국 영국은 탱크(tank)라는 전술무기.. (지금은 전술무기이지만 당시에는 전략무기었을 수도 있겠다)를 개발하면서 참호전의 교착상황을 타개했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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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무슨이야기를 하려는고 하니….이 참호전은 새로운 무기라는 전술적 변화가 가지고 올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전장 장교들 및 본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필자가 참호전과 탱크의 관계를 고민하게 된 것은 1997년의 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1997년 LG생명과학에서 Factive 와 관련하여 SmithKline Beecham과 실시권이전게약(licensing, 국내에서는 기술이전 혹은 기술수출이란 용어가 계속 사용되는데 정확하지는 않은 표현이어서 실시권계약이라고 표현함)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이다.

다른 계약조건들은 다 합의에 이르렀고, 원료의약품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혹은 drug substance)의 공급을 LG에서 하기로 하였고, 이제 FDA허가를 받아서 상업공급에 들어갈 때 공급가격을 정하는 것이 마지막 관건이 된 시점이었다.

마지막 협상 사항이라 모두 긴장하며 대면회의(face-to-face meeting)을 하게 되었는데, SmithKline Beecham에서는 여자 혼자 왔다.^^ 그런데 온 여자가 만만치 않은 여자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제약업계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deal-maker 중의 하였다. Ms. Tamar Howson, SKB의 수석부사장이었다.

Tamar Howsonnote pad

당시 LG에서는 사업부에서 부장금 2명, 연구소에서 임원급 1명, 책임연구원급1명, 그리고 실무과장(필자^^)가 협상에 참석했다. 옆에 노트북과 데이타화일 큼직한 파일들 -각종 시나리오 분석한 자료들- 을 놓고 있었는데, Ms. Howson은 혼자 앉아서 허름한 가죽 서류가방에서 노란색 노트패드, 연필(pencil) 그리고 지우개를 꺼내는 것이었다.  사실 잔뜩 긴장한, 대기업 과장의 눈에는 수석부사장이 혼자와서 꺼낸 것이 최소한 당시 최고사양의 노트북은 될걸로 생각했는데……

사실 놀라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트패드와 연필이 아니고 이런 건에 최고위임원급이 혼자와서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 놀라왔다. 우리는 실무급 부장들이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고, 옆에는 사장과 전화할 수 있는 직통전화 대기시켜놓고 있는데…

그때 어린 마음에 “와~~ 이렇게 일하는 임원도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중에 크리스탈지노믹스를 공동창업하고 사업개발 담당으로 다니면서 본 것은 Ms. Howson과 같이 최전선에서 일하는 임원들이 “아주 일상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어느 Partnering Forum에 가도 최고 임원급들이 나와서 미팅도 하고, reception에서 다양한 외부인들과 만나고… 또 어떤 경우는 마지막 협상을 진행하기도 하고….

특히 영미권 제약업계들이 현재 세계를 호령하는 이유를 그들의 뛰어난 연구체계와 경험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전진배치되어 있는 백전노장 임원진들의 진두지휘도 큰 역할을 한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필자도 나름 허리 꺽이기 전까지는 현장에서 일해야 겠다는 나름의 각오도 다지기도 했다.

[SmithKline Beecham이 Glaxo 와 합쳐진 이후 많은 SmithKline Beecham 쪽 사업개발 사람들이 나왔고, 1년 정도 후에 대거 BMS로 갔다. 물론 다수는 여기저기로 흩어지기도 하고… 이렇게 만난 인연덕에 지금도 자주 해외 potential licensee 혹은 collaboration partner 를 만나다 보면  SmithKline Beecham출신들을 많이 보게 된다. 같이 Factive 이야기하면 금방 친해지고 Ms. Howson과도 일했다고 하면 너무너무 좋아한다]

 

거기에 비해서 국내 제약회사들은 -물론 업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 파트너링 포럼에 처음에는 과장/대리급들이 차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영어를 잘하는 젊은 사람들이었지만, 안타까운 것은 해외 Bio Pharma들의 동향이나 상황에 대해 잘 몰라서.. 필자 눈에 보기에도 탱크 앞에선 비장한 눈빛의 소총수였다. [1950년 625도 아니고 어떨 떈 참 안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요즘은 JP Morgan이나 BIO International Convention 같은 곳에 국내 제약사들 중 일부 (한미, 녹십자 등)은 최고위급 임원이 참석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참석은 하지만, 현장에는 별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래도 그정도가 어딘가~~~ – [올해 JP Morgan 갈 때  한미의 이관순 사장님과 녹십자의 이병건 사장님, 그리고 일부 다른 회사들의 C-level 경영진들 얼굴 보고 정말 반가왔다]

일단 현재만 놓고 보면 평균적으로는 한국의 제약회사 경영진 (필자가 관심두는 분야는 사업개발과 연구소)들은 참호속의 경영진이다. 그리고 실무급들에게 돌격앞으로를 외치는 듯하다. 돌아온 실무진들에게 “참호속의 경영진들”은 보고를 받고 지휘를 하는 형국이다. 안따까운 것은 “참호속의 경영진들”이 전장의 현실과 큰 그림에서의 전쟁의 형국이 어떤지를 잘 알면 상관없지만, 대부분 전쟁의 형국과 전쟁의 상세한 현황에 대해 어두운 것이 현실이다. 고생하는 것은 불쌍한(?) 과장, 차장급들….. [물론 이런 불쌍한 과차장이 좀 실력을 발휘하면 쑥~~쑥~~ 클 수 있는 환경이기에 실무자들에게 밝은(유리한) 측면도 있다. ]

자~~, 국내 경영진들도 (특히 사업개발담당임원들과 연구소 임원들) 이제 전장으로 좀 나오자… 트렌치코트 입고 나오는 것까지는 이쁘게 봐줄 수 있으니……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만나고, 주요 학회도 좀 직접 가고, 해가 다르게 발전하는 바이오텍들의 성장 및 몰락의 모습들도 현장에서 좀 보고….

총알 맞아 죽을 일도 없는데다가,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들도 있고, 분위기 좋은 리셉션들도 많으니… 정말 일석이조, 일석삼조 아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