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제약바이오 기업의 관심질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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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연구개발 분야, 특히 질환 분야도 유행이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는 고지혈증의 시대였다. 스타틴 계열로 분류되는 합성의약품들이 블록버스터 다수를 형성하며 고지혈증이라는 질환을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는 혁신을 이루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는 COX2 저해제로 알려진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진통제들이 블록버스터들을 이루면서 대세를 형성했다.
그리고 90년대 말부터는 항체 항암제들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동일한 시대에 자가면역치료로서의 항체치료제들이 큰 파도를 이루었다. 허셉틴은 동반진단과 함께 유방암 치료 분야에서, 엔브렐 등은 류머티즘 관절염 등에서 큰 혁신을 이루었다.

가장 최근에는 PD-1과 PD-L1을 표적단백질로 하는 면역항암제들이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C형 간염 치료제들도 불과 5년을 사이에 두고 블록버스터를 형성하며 길리어드는 대형 바이오텍 회사에서 대형 제약사로 급성장하였다.

이러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옮겨 다니는 질환들에는 나름의 공통점들이 있다. 바로 미충족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s)이다. 시장이 큰 질환이 아니고, 좋은 치료제가 없는 질환 분야를 찾아 다닌다는 것이다.

과거 세계적 경향에 어두웠던 국내 제약바이오회사들은 이미 형성된 시장의 규모를 기준으로 ‘시장 매력도’를 측정하여 연구개발을 시작했던 경우들이 꽤 있었다. 각종 보고서들이 자료 분석을 통하여 제시하는 시장 규모가 바로 ‘시장 매력도’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장 규모’가 큰 질환분야를 따라가다 보면, 이미 그 시장은 포화상태가 되어 약간의 ‘점진적 혁신’으로는 시장(실제 제품 시장뿐 아니라 실시권 이전 시장도 포함)에서 시선을 끌기가 힘들었다.

그럼 미충족의료수요가 높은 분야 모두가 매력적인 분야일까. 아니다. 이런 질환들에 대한 기초연구가 충분히 발달해야 한다. 혁신신약을 연구개발하기 위해서는 그 질환 분야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가능해야 한다. 황반변성이라는 안구질환이 인구 고령화와 함께 늘어나고, 이에 대한 분자 수준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10년 사이에 두 개의 항체 기반 치료제들(아일리아와 루센티스)이 8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한 것은 미충족의료수요와 질병에 대한 과학적 발전이 맞아떨어진 좋은 예이다.

최근에는 청각상실이라는 분야가 이러한 기준을 조금씩 충족시키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청력상실에 대한 치료제 연구는 제약사들 사이에서 거의 없었는데, 기초연구에 기반한 바이오텍들이 연구를 시작하면서 임상에서 조금씩 효력을 보이자, 다국적 제약사들의 관심도 점증하고 있다.
미충족의료수요와 과학적 발전이라는 두 조건을 충족시키는 이러한 분야가 바로 미래의 황금 시장이 되는 것이다. 치매를 필두로 하는 신경질환, 그리고 섬유증 등도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분야다.

이러한 미충족의료수요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를 충족시킬 기초과학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바로 의사와 기초연구자들이 협력해야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미충족의료수요를 잘 아는 의사와 그 미충족의료수요를 채워줄 기초연구에 강한 기초과학자들 사이에 더 넓고 튼튼한 다리를 놓아야 한다.

[데일리팜 기고] 제약바이오업계서 ‘사냥꾼과 농부’의 모델

2017년 5월 15일 데일리팜 기고문

 

4월11일 KPAC(Korea Pharma Association Conference)행사에서 산학협력에 대한 다국적제약사 임원들과 국내 연구진들간의 발표와 패널 토론이 있었다.

그 중에서 한 다국적 제약회사는 한국 제약사와 큰 규모의 제휴를 체결했는데, 산학협력과 관련해 매우 재미있는 비유를 제시했다.

바로 ‘사냥꾼과 농부’ 모델이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들은 사업개발 전문인력들을 통해 주요 지역들의 개발단계 물질들을 탐지·포착(scouting)하고 적절한 조건에 계약을 체결(transaction)한 후에 내부개발팀을 통해 개발(development)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 기회 포착의 기능을 하는 스카우트들은 내부 기준에 맞지 않는 기회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이러한 모델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개발단계의 계약은 여전히 그러하다. 하지만 점점 개발 단계, 특히 후기 개발 단계 자산에 대한 사업개발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거래비용이 증가하면서 전임상 단계 혹은 개발후보물질 전 단계의 기회들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있다. 이 경우 아직 본격적 개발을 위해 탐색할 일들이 많으므로 계약 후의 제휴 관리(alliance management)의 기능이 매우 중요해진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에는 대학들과의 협력이 증가하면서 ‘농부’가 되기로 작정하고 있다. 아직 가시적인 기회가 없더라도 잠재력을 보고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때로는 지도를 해주기도 하고 혹은 내부 자원을 조건없이 공유하기도 한다.

‘사냥꾼’이 ‘농부’가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성의 강화와 생태계의 일원으로 참여 및 기여하는 것이다. 몇몇 다국적 제약사들이 초기단계의 바이오텍들과 접촉점 강화를 통하여 기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인큐베이터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존슨앤존슨이다. 과거 존슨앤존슨은 초기 연구는 거의 하지 않고 후기 개발단계에서 실시권을 사는 모델(사냥꾼 모델)을 주로 하는 대표적인 회사였는데 2012년부터 JLABS라는 인큐베이터를 샌디에고에 시작했고 그 후 보스톤,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휴스턴 등에도 JLABS를 통한 인큐베이터 사업을 늘리고 있다.

1인용 책상, 1인용 실험대같은 소규모부터 조금 큰 규모까지의 회사들을 수용하면서, 자문을 해주고, 때로는 자금조달도 도와주고 필요하면 자사의 전문가를 연결해주어서 기술적 협력을 하게 한다. 자사와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는 조건도 없다. 2년이내에 졸업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약 130여개 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입주할 때 자사와의 협력을 조건으로 강요하지도 않는다. 얼굴을 보다보면 당연히 좋은 협력기회가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입주시에 과학적인 검증은 꼼꼼하게 한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인큐베이션을 통해 ‘농부’로서의 역할을 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다수의 회사들은 조금 느슨한 방식으로 ‘농부’로 변신하려고 노력한다. 과학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곳(hot spot)에서 주기적으로 네트워킹 리셉션을 개최하여 그 지역의 과학계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당장 안건이 없더라도,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마을의 구성원”인지를 알리고 안면을 튼다.

반가운 것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에서도 ‘마을의 구성원’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기 위한 활동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무진 뿐 아니라 경영진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고 ‘계약날인’과 같은 이벤트가 없더라도 잠재적 협력자들과의 접촉을 늘려나가고 있다.

한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유사한 네트워킹 리셉션과 같은 행사를 시작하고 있는 회사들도 눈에 띈다. 이번 바이오코리아에서는 행사주최측이 아닌 기업에서 별도로 주최하는 리셉션도 열렸다. 아쉽게도 전통제약사들과는 조금 거리가 회사들이지만, 업계의 다양한 참여자들과의 격의없는 접촉을 통해 인재들을 파악하고 잠재적인 고객들을 미리 미리 알아두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마침내 한국제약바이오 생태계도 그 동안의 고립적 모습에서 벗어나 전세계 생태계에 연결되고 성숙하여 가고 있다는 좋은 징조들이다. 꽤나 긴 ‘보이지 않는 성장기’를 마치고 조금씩 가시적인 성장기로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우리 스스로보다 먼저 해외의 다국적제약사들이 한국 초기단계의 과학들을 알아보고 관심을 보이고, ‘마을의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오랫동안 마을에 살았던 터줏대감들에게 아쉬움이 있다. 이제 국내의 제약회사들도 ‘사냥꾼’ 모델에서 ‘농부’ 모델로 생태계 속에서 함께 성장해 나가려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바이오텍 `전초기지 지휘관`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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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의 고위 임원과 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전 세계 신약 혁신 생태계(Innovation ecosystem)에서 한국의 비중이 점점 커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임원은 한국이 혁신의 씨앗만 제공하는 수준에서 혁신의 씨앗을 묘목으로까지 키우는 독자적 생태계로 클 수 있는지를 몹시 궁금해했고 그 주요 척도(혹은 인자)로 ‘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바이오텍 기업가(Entrepreneur)’들이 나오고 있는지,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지 집요하게 물었다.

그동안 바이오텍 기업가들을 ‘탐험가’로 비유하며 업의 본질을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군사적 개념을 빌려 ‘전초기지 지휘관’으로 비유해보고자 한다.

전초기지(outpost)는 위기(위험과 기회)를 미리 감지하고 초기 대응하며 본대와 연락하여 미리 준비하도록 하는 소규모 부대들이다.

국내 산업이 빠른 추격자라는 위치에서 저가 상품으로 기존 시장을 침투하던 시절에는 상사들이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당시 상사맨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국내는 생산기지였고, 여러 상사회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을 들고 팔 곳을 찾아다니고 플랜트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따냈다.

이후 정보화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전초기지 역할은 개별 기업들의 숙제로 남겨졌다. 그런데 대기업들 규모가 커지면서 자체 혁신 동력 및 대응 속도가 떨어지고 더 이상 추격자로서 경제를 키워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초기지 역할은 자연스럽게 아이디어와 속도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의 몫으로 넘어가고 있다. 국내는 아직 과도기여서 역할 분담과 그에 따른 보상 측면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전초기지로서의 스타트업들을 가장 잘 응원하고 보상해주는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는 미국을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물론 2000년대 초에 비하면 상전벽해와 같이 개선되기는 했다.

전초기지로서의 바이오텍들은 자원 확보(펀딩)를 위하여 늘 긴장해야 하고, 원칙을 지키되 임기응변도 사용하면서 재무적 불안정성·기술적 불확실성·팀원들의 높은 긴장도와 불안·팀워크 형성의 중요성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한다.

다시 그 다국적제약사 임원이 집중했던 바이오텍 기업가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 말은 전초기지 지휘관으로서 바이오텍 기업가들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불확실성과 긴장 상황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내부와 외부 자원을 확보해 가면서 도전하고 헤쳐나갈 역량을 가진 기업가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가들은 학교에서 양성되지 않고 실전을 통해서만 키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연속창업가들에 대한 엄청난 가산점을 주게 된다.

국내는 그동안 기초과학 분야 배경을 가진 바이오텍 기업가들이 주를 이루었다.

교수 창업이 많았던 배경이다. 이제 제약업계에서 ‘개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기업가로 더 참여하고 성장해야겠다. 특히 중개연구나 이행연구를 할 수 있는 ‘기업가적 개발자’를 많이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제약회사에 있건 바이오텍에 참여하건 이러한 기업가적 개발자들의 부상과 활약을 기대해본다.

[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바이오텍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부분.. …“진실성 구축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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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대항해 탐험가들인 “바이오텍기업가”에게는 그 모험을 후원하는 투자가들에 대한 의무가 있다.

또한, 투자가들도…탐험가들의 주장과 탐험계획서가 결과적으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음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혁신신약들과 같이 아직 가보지 못한 과학 영역을 향해 출발하는데 어찌 “탐험의 첫걸음 시점에 가지고 있는 지도”가 다 맞아야만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이 시점에서 투자가들과 “탐험가들” 간에는 최소한의 약속이 있어야 한다.

설령 이번 탐험이 실패로 결론이 났더라도,  다음 탐험에서 “투자가”와 “탐험가”로 다시 만날 때에도 기꺼이 후원해 줄 정도의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탐험가”들의 역할이 더 크다.

첫째, 정보의 제공이다. 투자가들의 후원에 대한 의무이다. 물론 투자가들도 기대수익을 염두에 두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지만, 그 거래의 바닥에는 탐험가-투자가 간의 신뢰 거래가 있다. 신뢰는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 그 첫번째 단계가 정보의 제공이다.  현대의 “바이오텍 기업가”들은 회사가 비상장이건 상장이건, 현재 모습에 대한 최대한의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여야 한다. 현재 나스닥과 비교하면 공개 정보의 양과 질 측면에서 코스닥은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 나스닥의 경우 주요 경영진들 각각의 보상들, 회사의 진척사항들이 상당히 자세히 공개가 된다. 또한 과제들의 진척사항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공개가 된다.

둘째, 견제 기제의 제공이다. 탐험가들의 경로나 계획에 문제제기를 하고 수정을 논할 수 있는 견제 기제가 있어야 한다.  사실 주식회사에서는 “이사회”가 다수의 투자가들과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경영진들과 협의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이지만, 아쉽게도 국내 대부분의 바이오텍들은 “경영진 (대부분은 창업주 겸 대주주)”의 의도에 따라 “이사회”가 구성되기 때문에 투자가들의 의견 개진과 협의를 위한 창구로서의 기능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주주들을 대변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사회”가 “경영진”들에게는 조금은 귀찮을 수도 있으나, 이러한 과정이 투자가들과의 신뢰를 쌓는 길이요, 혹시 다른 의견들이 있을 경우 자연스럽게 협의하면서 투자가들의 조언을 반영할 수 있는 기제이다. 국내 투자가들이 수동적 투자가들이라고 아쉬워하기 전에 과연 의견개진과 대안제시의 적절한 기제를 제공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때이다.  적극적 투자가는 참여의 공간이 제공 되어야만 나타날 수 있다.

정보제공과 세련된 견제 기제의 작동을 통해서 동업자 정신이 싹트게 되고 쌓아올린 “신뢰”는 탐험가에게 “최고의 자산”이 된다.

“진실성”은 수식으로 증명될 수 없기에, 의사소통과 상호 협력의 과정을 통하여 증명되고 키워지고 입증된다. 연속창업가들에게 투자가들이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과거 함께 일했던 경험을 통하여 “연속창업가”의 “진실성”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바이오텍 회사들이 투자가들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정보제공과 견제기제의 수용으로 현재와 미래의 탐험들을 위한 신뢰를 쌓아나가야겠다.

 

[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탐험가”들의 “진실성”과 “사업성”의 구분이 필요한 시점…

[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탐험가”들의 “진실성”과 “사업성”의 구분이 필요한 시점…

풍경 1.

우리 산업전사들의 “작전 지침서”는 명확했다. 기형성된 시장에서 “싼 가격, 좋은 품질”을 제공함으로써 물리칠 경쟁자들과 얻을 매출과 수익 목표는 명확했고,  소요되는 작전비용도 명확했다. 지도는 상세했고, 경쟁자 정보는 상당히 정확했다. 무엇보다 작전이 성공하면 무엇을 얻을지가 확실했다.

 

그런데 이제는 “탐험 계획서”를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도는 부정확하고, 경쟁자 위치 정보는 신뢰할 수 없다. 가는 길이 얼마나 될지,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모르기에 비용 추정도 부정확하다. 결정적으로 목적지에 간다고 “원하는 것”이 있을지 증거는 있으나 확정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냥 있으면 현재의 위치는 점점 좁아진다.

 

풍경 2.

그동안은 “작전”에 성공하여 얻은 물건 (재무성과)를 가지고 시장에 나와서 팔았다. 시장을 관리하는 시장 당국은 눈에 보이는 “물건(재무성과)”를 확인한 후에 시장 진입을 결정하니 쉬웠다. 언제부턴가 “탐험계획서”와 “얻을 물건”에 대한 약속만으로 “탐험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시장당국은 난감하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탐험을 통해 “얻을 물건” 이 현재 시장에는 없는 희귀한 제품들이라는 거다.

 

풍경 3.

15세기 유럽 대항해시대, 수많은 탐험가들이 향료와 비단 등 진귀한 것들을 가지고 오겠다는 계획들을 들고 투자가들을 설득하던 시기, 또한 탐험을 빙자한 사기 사건이 극성을 부리던 시대…..이태리의 베니스에서 “복식부기”가 발전하고 정교해 졌다. 탐험선에 동승한 감독관이 확인해 준 “복식부기”는 탐험가들과 투자가들의 “진실성”을 중개하는 기술적 장치가 되었다. 그리고, 초기 투자가들은 항해가 끝나기 전에 자신들의 주식을 사고 팔기 시작했다. 현대 주식시장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안전한 추격형 사업기회는 줄어들고, 탐험가들과 그 탐험에 위험과 수익을 공유하려는 모험투자가들이 늘어나면서  “탐험 계획서”의 성공가능성을 직접 판단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시장당국은 “진실성 시스템 확보”라는 측면에 촛점을 맞추자. “탐험가”들이 진실한 정보를 시기적절하며 충분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경영시스템의 구축과 운영 관련 규제에 촛점을 맞추자. 그리고 진실성 위반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좀더 강력한 법적 조치가 나오도록 하자. (미국 나스닥의 경우, 규제 그리고 투자가 소송 등을 통하여 “진실성 위반” 을 예방 또는 처벌하고 있다). “복식부기”와 같이 탐험가들이 지킬 것을 명확히 해주자

 

투자가들은 역할 확대와 책임성 제고라는 부담스런 부분을 받아들이자. 좀더 참여적이고 좀더 적극적인 투자가들이 “탐험가”들의 주장과 실행 과정을 좀더 면밀히 조사하고, “탐험가”들에게 더 많은 요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본인들의 투자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져야 한다.

 

바이오 분야에서 “바이오텍기업가”라는 모험적 탐험가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지금은, 시장당국의 역할은 “진실성 확보 위한 규제의 정비”로 축소 조정하고, “탐험”에 대한 사업성 평가는 시장 참여자인 투자가들이 좀더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서 담당하도록 하자.

[데일리팜 기고] 좋은 연구를 완성도 높은 특허로 바꾸려면

2017년 1월 16일 데일리팜 기고문

최근 대학 혹은 연구소에서 수년간 수십억 혹은 백억여원이상을 투자해서 성숙시킨 기술들이 꿈틀대고 있다. 필자가 아는 꽤 많은 수의 바이오텍 신생기업들 혹은 예비창업자들이 활발히 대학과 협력을 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우리의 기초연구 역량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특히 대학교수들과 국책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그 동안 산업계와의 협력 을 통해서 신약 (바이오신약 포함)들에 대한 지식들과 관점들이 제고되면서 연구 결과를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은 매우 긍정적이다.

최근 산업계 전문간행물인 BioCentury에 실린 비교 통계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적이다.

중국 명문 칭화대학교의 2015년 특허출원 건수는 약 1800여건인데, 이 중 기술이전되는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창업의 메카인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2014년 특허출원건수는 240여건로 칭화대의 1/8정도지만, 기술이전 비율은 무려 40%이다.

연구비나 연구인력 등을 고려하면 스탠포드 대학이 훨씬 많아야 할 것 같지만 스탠포드 대학은 상업적 가치가 큰 완성도 높은 소수의 특허들을 출원하는 반면, 중국 대학들은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특허들을 대량으로 출원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대학역량평가에 특허출원·등록 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국내 대학교나 정부출원연구소 기술 도입을 위한 검토를 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특허의 완성도이다. 특허라는 지적재산을 근거로 향후 전임상과 임상 등 수백억원을 들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특허 완성도는 건물에 비한다면 기초와도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집을 지은 들, 그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불명확하거나 약하면 이 얼마나 허망한 경우이겠는가?

어떻게 하면 특허의 완성도를 높여서 상업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첫째, 특허 청구항들이 방어가능한 넓은 권리를 주장하고 있고 그 청구항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시예들이 다양하고 충분해야 한다. 사실 좋은 특허는 이러한 실시예들을 풍부하게 넣다 보니 다양한 실험들을 하게 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둘째, 특허 출원된 국가의 수가 충분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진입 개별국 수는 5개 (대한민국, 일본, 중국, 유럽, 그리고 미국)이다. 그런데 다국적제약사의 기준으로 하면 진입 국가수는 20여개국이다. 진입 국가 수를 늘리려면 당연히 비례해서 특허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셋째, 하나의 특허로 권리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다수의 후속 혹은 관련 특허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원특허에 기반하되 이를 강화할 수 있는 부가적인 특허들을 출원함으로써 특허의 포트폴리오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내 현실은 중국보다는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

특허의 완성도가 낮은 여러가지 배경 중에,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특허출원 혹은 등록건수가 평가지표로 활용되면서 양 위주로 특허를 내야 하는 ‘보이기식 평가지표’가 있다. 이러다보니, 미성숙한 상태로 특허를 내게 되고 청구항을 충분히 넓게 받지 못하게 되면서 추격자들이 회피한 불완전특허들을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학이나 연구소들이 특허관련 자체 재원이 없이 정부지원에 의존하다 보니, 특허보강을 위한 연구비 확보가 어렵다. 서둘러 특허를 내면서 보강연구를 할 수 있는 재원도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대안들은 무엇일까?

먼저, 특허 출원 전부터 기업체들과 협력하면서 충분한 실험 결과를 확보하여 완성도 높은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대학이나 연구기관들보다 특허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훨씬 축적돼 있고 특허보강을 위한 연구에도 익숙해 있다.

아울러 대학 산학협력단에서 자체 재원을 마련하여 유망한 대학 기술을 특허 출원 전단계부터 자문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학협력단도 이제는 재원과 인력을 보강해 초기의 ‘단순 행정처리 기관’에서 탈피해서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지적재산권화 전문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원들이 확보한 연구비에서 간접명목으로 20~40%를 떼고 있으니 이 중 일부를 연구자들에게 ‘지적재산권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 지적재산권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권리화’하려면 연구만큼 중요한 전문성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소홀히 하면 마치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건물을 짖고는 등기를 하지 않아 권리 주장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하게 된다.

왜 스탠포드 대학의 특허출원 건수가 그렇게 작은지를 한번 고민해보고 ‘건수’ 위주의 특허관리에서 ‘완성도’ 중심 특허관리로의 인식전환을 서두르자.

[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한국 제약바이오, 흐르는 물처럼 기필코 전진하라

한국 제약바이오, 흐르는 물처럼 기필코 전진하라.- 부족한 인재, 정보, 자본, 시장… 4개의 웅덩이로 ‘멈칫’했지만 이젠 가득 채우고 망망대해로.

[이 글은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의 초고입니다. 지면상 조금 줄였기에 원래 의도가 조금 아쉽게 전달 될 것 같은 아쉬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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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물질특허 제도의 시행 이후 이제 만 30년이 지났다. 특허 유효 기간 중에도 공정만 바꾸어 출시할 수 있었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물질특허제도’ 도입은 당시 국내 제약회사들에게는 근본을 흔드는 위기였다. 그 이후 초기 일부 상위제약업체들과 대기업 계열 제약회사들이 맡았던 신약 연구개발 도전은 중견 제약사와 바이오 업계까지 합류하면서 폭과 깊이를 키워가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 속에도 차츰 희망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아니, 향후 먹거리로 이제 제약바이오가 빠지면 이상한 상황까지 되었다.

 새해를 맞아 ‘영과후진 (盈科後進)’이라는 사자성어로 1987년 이후 2016년간의 30년과 2017년 이후 다가올 30년간의 다리를 놓고 싶다. 물이 망망대해로 나아감에 있어 웅덩이를 만나면 이를 다 채우고서야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난 1987년을 기점으로 ‘한국발 글로벌 블록버스터’ 혹은 ‘신약 한국’이라는 꿈을 머금고 이런저런 웅덩이들을 메꿔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떤 웅덩이들이었나?

 첫째는 인재의 웅덩이다. 신약을 해본 연구자들이 없기에 초기에는 철저하게 패스트 팔로어(fast-follower)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따라하기 쉬우면서 당시 블록버스터로 이미 자리잡은 항생제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젊은 세대 중에는 “왜 항생제들을 그렇게 했냐?”고 물을 이들도 있지만, 초기 개척자들에게는 그마저도 힘겨운 극한의 도전이었다. 다국적제약사에서 근무 후 귀국하여 국내 제약회사들의 연구소장 역할을 맡았던 분들과 국내에서 성장한 인력들이 이 웅덩이를 메웠다. 대학과 연구기관에 포진한 우수한 연구인력들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양질의 논문과 특허를 꾸준히 출원하고 있다.

 둘째는 정보의 웅덩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정보가 어두웠다. 이 웅덩이를 해외인재들이 채웠고, IT 혁명으로 해외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웅덩이가 메워졌다. 이제 해외 소식들이 밤사이 전해지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하여 전세계 한인과학자들이 해외 소식들을 실시간으로 전한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 고조로 대부분의 다국적제약사들이 중국에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중국에만 가도 다국적제약사들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셋째는 자본의 웅덩이다. 그동안은 상위제약사들과 대기업 계열 제약회사들이 자체자금으로 필요한 자본을 채웠다. 다국적 제약사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비할 바 못되었다. 그러나 2000년 벤처붐을 통하여 금융투자가의 자본이 그 웅덩이를 메웠고, 의약분업과 퍼스트제네릭 정책 등으로 자본을 쌓은 제약회사들이 등장했다. 물론 정부의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와 창업투자산업이 성장하면서 이제는 해외투자의 비중이 점증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넷째는 규제의 웅덩이다. 국내 산업 보호 명분으로 규제가 유지,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신약연구개발을 시작하게 한 것은 ‘물질특허 불인정’이라는 보호성 규제(정책)이 사라진 뒤부터다. 이제 ‘국내산업 보호’라는 규제의 각도를 ‘공정한 글로벌 경쟁 및 수준 높은 연구 촉진책’으로서의 규제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과학을 담당하는 식약처 등의 연구 및 심사인력 대폭적 강화가 우리에게 놓인 첫번째 과제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웅덩이다. 그 동안 국내 신약연구개발은 국내수준으로 하자니 ‘작은 규모의 국내시장이 한계점’이었고, 국제수준으로 하자니 ‘부족한 자본규모가 제한요인’이었다. 이제 이러한 시장의 웅덩이도 중국이라는 ‘접근이 훨씬 용이한 대형시장’의 등장, 그리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자본력 확충으로 조금씩 메워지고 있다.  2010년께 시작된 국내 제약바이오회사들의 수출비중 증가와, 다수의 파이프라인들이 미국이나 유럽·중국 등 시장이 있는 곳에서 임상 중인 개발의 글로벌화도 반가운 소식이다.

 2017년은 ‘대한민국 제약바이오’가 앞에 놓인 웅덩이들을 다 채우고 망망대해로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리라 믿는다. 이를 위해 몇가지만 명심하자.

 첫째, 이제 제약바이오 산업의 뿌리가 조금 내려졌으니, 국민들과 투자자들도 ‘웅덩이를 메우느라 분투하는, 그러나 외부에서 볼 때는 멈춰서 있는 연구자들’을 좀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자.  둘째, 제약바이오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나의 웅덩이’ 뿐 아니라 ‘우리의 웅덩이’를 메우는데 힘을 합치자. 대표적으로 규제 당국의 규제과학 역량을 키우는 데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규제당국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제약바이오 회사들도 비정상적으로 낮은 신약허가 심사료를 자발적으로 높이는 대신, 확보한 재원을 식약처 신약 연구 및 심사 인력 확보에 전용하는 방식으로 협력해야 한다.

 인재, 정보, 자본, 규제 그리고 시장의 웅덩이들이 조금씩 채워가며 ‘제약바이오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물줄기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감을 보아온 지난 30년이 안타까움과 힘겨움의 세월이었다면, 글로벌시장이라는 망망대해로 나아갈 대한민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을 보게 될 앞으로의 30년은 꿈을 이루는 시기가 될 것을 믿으며, 2017년도를 열어본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여,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하여 방호사해(放乎四海)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