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 기고] 제약바이오업계서 ‘사냥꾼과 농부’의 모델

2017년 5월 15일 데일리팜 기고문

 

4월11일 KPAC(Korea Pharma Association Conference)행사에서 산학협력에 대한 다국적제약사 임원들과 국내 연구진들간의 발표와 패널 토론이 있었다.

그 중에서 한 다국적 제약회사는 한국 제약사와 큰 규모의 제휴를 체결했는데, 산학협력과 관련해 매우 재미있는 비유를 제시했다.

바로 ‘사냥꾼과 농부’ 모델이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들은 사업개발 전문인력들을 통해 주요 지역들의 개발단계 물질들을 탐지·포착(scouting)하고 적절한 조건에 계약을 체결(transaction)한 후에 내부개발팀을 통해 개발(development)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 기회 포착의 기능을 하는 스카우트들은 내부 기준에 맞지 않는 기회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이러한 모델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개발단계의 계약은 여전히 그러하다. 하지만 점점 개발 단계, 특히 후기 개발 단계 자산에 대한 사업개발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거래비용이 증가하면서 전임상 단계 혹은 개발후보물질 전 단계의 기회들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있다. 이 경우 아직 본격적 개발을 위해 탐색할 일들이 많으므로 계약 후의 제휴 관리(alliance management)의 기능이 매우 중요해진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에는 대학들과의 협력이 증가하면서 ‘농부’가 되기로 작정하고 있다. 아직 가시적인 기회가 없더라도 잠재력을 보고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때로는 지도를 해주기도 하고 혹은 내부 자원을 조건없이 공유하기도 한다.

‘사냥꾼’이 ‘농부’가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성의 강화와 생태계의 일원으로 참여 및 기여하는 것이다. 몇몇 다국적 제약사들이 초기단계의 바이오텍들과 접촉점 강화를 통하여 기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인큐베이터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존슨앤존슨이다. 과거 존슨앤존슨은 초기 연구는 거의 하지 않고 후기 개발단계에서 실시권을 사는 모델(사냥꾼 모델)을 주로 하는 대표적인 회사였는데 2012년부터 JLABS라는 인큐베이터를 샌디에고에 시작했고 그 후 보스톤,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휴스턴 등에도 JLABS를 통한 인큐베이터 사업을 늘리고 있다.

1인용 책상, 1인용 실험대같은 소규모부터 조금 큰 규모까지의 회사들을 수용하면서, 자문을 해주고, 때로는 자금조달도 도와주고 필요하면 자사의 전문가를 연결해주어서 기술적 협력을 하게 한다. 자사와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는 조건도 없다. 2년이내에 졸업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약 130여개 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입주할 때 자사와의 협력을 조건으로 강요하지도 않는다. 얼굴을 보다보면 당연히 좋은 협력기회가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입주시에 과학적인 검증은 꼼꼼하게 한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인큐베이션을 통해 ‘농부’로서의 역할을 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다수의 회사들은 조금 느슨한 방식으로 ‘농부’로 변신하려고 노력한다. 과학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곳(hot spot)에서 주기적으로 네트워킹 리셉션을 개최하여 그 지역의 과학계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당장 안건이 없더라도,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마을의 구성원”인지를 알리고 안면을 튼다.

반가운 것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에서도 ‘마을의 구성원’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기 위한 활동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무진 뿐 아니라 경영진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고 ‘계약날인’과 같은 이벤트가 없더라도 잠재적 협력자들과의 접촉을 늘려나가고 있다.

한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유사한 네트워킹 리셉션과 같은 행사를 시작하고 있는 회사들도 눈에 띈다. 이번 바이오코리아에서는 행사주최측이 아닌 기업에서 별도로 주최하는 리셉션도 열렸다. 아쉽게도 전통제약사들과는 조금 거리가 회사들이지만, 업계의 다양한 참여자들과의 격의없는 접촉을 통해 인재들을 파악하고 잠재적인 고객들을 미리 미리 알아두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마침내 한국제약바이오 생태계도 그 동안의 고립적 모습에서 벗어나 전세계 생태계에 연결되고 성숙하여 가고 있다는 좋은 징조들이다. 꽤나 긴 ‘보이지 않는 성장기’를 마치고 조금씩 가시적인 성장기로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우리 스스로보다 먼저 해외의 다국적제약사들이 한국 초기단계의 과학들을 알아보고 관심을 보이고, ‘마을의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오랫동안 마을에 살았던 터줏대감들에게 아쉬움이 있다. 이제 국내의 제약회사들도 ‘사냥꾼’ 모델에서 ‘농부’ 모델로 생태계 속에서 함께 성장해 나가려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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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다리놓는 사람들] 바이오텍 `전초기지 지휘관`을 키우자

매경의 링크는 여기

다국적제약사의 고위 임원과 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전 세계 신약 혁신 생태계(Innovation ecosystem)에서 한국의 비중이 점점 커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임원은 한국이 혁신의 씨앗만 제공하는 수준에서 혁신의 씨앗을 묘목으로까지 키우는 독자적 생태계로 클 수 있는지를 몹시 궁금해했고 그 주요 척도(혹은 인자)로 ‘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바이오텍 기업가(Entrepreneur)’들이 나오고 있는지,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지 집요하게 물었다.

그동안 바이오텍 기업가들을 ‘탐험가’로 비유하며 업의 본질을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군사적 개념을 빌려 ‘전초기지 지휘관’으로 비유해보고자 한다.

전초기지(outpost)는 위기(위험과 기회)를 미리 감지하고 초기 대응하며 본대와 연락하여 미리 준비하도록 하는 소규모 부대들이다.

국내 산업이 빠른 추격자라는 위치에서 저가 상품으로 기존 시장을 침투하던 시절에는 상사들이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당시 상사맨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국내는 생산기지였고, 여러 상사회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을 들고 팔 곳을 찾아다니고 플랜트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따냈다.

이후 정보화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전초기지 역할은 개별 기업들의 숙제로 남겨졌다. 그런데 대기업들 규모가 커지면서 자체 혁신 동력 및 대응 속도가 떨어지고 더 이상 추격자로서 경제를 키워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초기지 역할은 자연스럽게 아이디어와 속도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의 몫으로 넘어가고 있다. 국내는 아직 과도기여서 역할 분담과 그에 따른 보상 측면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전초기지로서의 스타트업들을 가장 잘 응원하고 보상해주는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는 미국을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물론 2000년대 초에 비하면 상전벽해와 같이 개선되기는 했다.

전초기지로서의 바이오텍들은 자원 확보(펀딩)를 위하여 늘 긴장해야 하고, 원칙을 지키되 임기응변도 사용하면서 재무적 불안정성·기술적 불확실성·팀원들의 높은 긴장도와 불안·팀워크 형성의 중요성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한다.

다시 그 다국적제약사 임원이 집중했던 바이오텍 기업가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 말은 전초기지 지휘관으로서 바이오텍 기업가들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불확실성과 긴장 상황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내부와 외부 자원을 확보해 가면서 도전하고 헤쳐나갈 역량을 가진 기업가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가들은 학교에서 양성되지 않고 실전을 통해서만 키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연속창업가들에 대한 엄청난 가산점을 주게 된다.

국내는 그동안 기초과학 분야 배경을 가진 바이오텍 기업가들이 주를 이루었다.

교수 창업이 많았던 배경이다. 이제 제약업계에서 ‘개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기업가로 더 참여하고 성장해야겠다. 특히 중개연구나 이행연구를 할 수 있는 ‘기업가적 개발자’를 많이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제약회사에 있건 바이오텍에 참여하건 이러한 기업가적 개발자들의 부상과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