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다리놓기] 제약업계, 탐험가가 돼라

==모두가 안된다고 비관할때 노바티스 CAR-T치료제 개척

매경 링크는 여기..

2017년 8월 30일, 세계 신약개발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바로 노바티스의 CAR-T 세포치료제인 킴라이아(Kymriah, 일반명은 Tisagenlecleucel, 티사젠렉류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5세 이하 환자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이라는 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날이다.

바로 이틀 전인 28일에는 역사적인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를 확보하기 위해 2011년 11월에 파마셋을 120억달러에 사들인 길리아드가 CAR-T 분야에 진출하면서 카이트 파마(Kite Pharma)라는 바이오텍을 119억달러에 인수·합병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CAR-T 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T. 키메릭 항원 수용체 발현 T세포)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2011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칼 준 교수가 3명의 말기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자 임상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하면서다.

환자들의 T세포를 뽑아내어 암세포를 인지하도록 유전자조작을 한 후에 대량 배양해 환자들에게 재투여하는 방식의 매우 실험적인 세포치료제였다.

환자들이 유전자조작된 자신의 T세포를 주사한 이후 일주일 정도에 감기와 같은 고열증세가 보이더니 열이 가라앉고, 곧 환자 3명 중에서 2명의 암세포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1년이 지난 후에도 완전히 회복해 직장으로 복귀했다. 전 세계 의료계는 이 연구 결과에 열광했으며 백혈병의 완치를 꿈꾸게 됐다.

제약업계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연구 결과를 구경만 하고 있었다.

당시 의구심을 던진 몇 가지 사항은 이러하다.

첫째는 병원에서 시술하는 방식의 세포치료제가 과연 제약회사들의 사업모델에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둘째는 대량 생산이 되지 않는 극단적인 개인맞춤형 생산의 경우 어떻게 생산시설을 만들고 짧은 시간 내에 환자가 있는 곳으로 배송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셋째는 과연 이런 경우 천문학적인 가격에 대해 환자와 보험사에서 수용할 것인가 하는 경제적인 것이었다.

그때 1년 만인 2012년 칼 준 교수의 기술을 가져간 제약회사는 항암제 분야에서 글리벡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항체 분야에서는 다소 뒤져 있었던 노바티스였다. 노바티스가 허가를 받기까지 새로운 생산법과 생산시설 건립, 혁신적 약가 정책의 수립과 보험사들과의 협의 등 이뤄낸 업적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아니고 새로운 것들이었다.

특히나 2012년 칼 준 교수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을 때는 확실한 게 없는 상황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나무 심고, 다리 만들며, 탐험의 길을 완수한 탐험가’와 같다. 실력과 자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동시에 의지가 명확한 비전 없이 할 수 없는 과정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의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세상에 전혀 없는 기술로 치료제가 없는 분야에서 혁신신약을 창출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멋진 탐험의 길’을 시작하고 완수할 수 있기를 그려본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