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다리놓기] 한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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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6.2조, 6.1조, 3.3조.’

법률조항이 아니다. 셀트리온, 신라젠, 한미약품, 메디톡스의 최근 시가총액이다.

2000년대 초반 업계의 꿈은 시총 1조원의 기업을 일구는 것이었다. 초과 달성되었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바이오텍인 펩티드림사는 임상 1상 1개, 전임상 3개, 그리고 수십 개의 연구단계 과제의 파이프라인으로 48억달러(약 5조200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 비교로만 보아도 한국의 바이오텍 분야는 일본을 압도한다.

나스닥과 비교해보면, 옵디보로 유명한 BMS는 1026억달러(약 120조원), 제네릭 업계의 황제였던 테바는 189억달러(약 20조원), 항체 분야 떠오르는 황태자 리제네론은 360억달러(약 39조원), siRNA 분야 선두주자로 올해 첫 제품의 허가가 예상되는 앨나일램이 115억달러(약 13조원)다.

한국 자본시장과 제약바이오업체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 미국 자본시장에 준하는 평가를 누리고 있으며, 때로는 더 후하게 평가받고 있다.

다른 예를 한번 보자. 미국에서 2016년부터 총 69개의 바이오텍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61억달러(약 6조8000억원)다.

한국에서 작년 한 해 제약바이오 분야에 조달된 금액은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조5000억원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1조원만 포함해도 3조5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절대 규모로는 오히려 한 해 기준해서 미국 나스닥 조달 규모 이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들로 볼 때 몇 가지 사실이 분명해진다.

첫째,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투자 규모는 탐색과 ‘초기 밀당’의 시기를 지났다. 본격투자 초기 단계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규모이며 가치평가이다. 이 투자 규모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주는 징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둘째, 그에 걸맞게 다수의 바이오텍들과 제약회사들이 해외 임상에 적극 나서면서 해외 무대에서 위상은 올라가고 있다. 글로벌무대로 나가려는 의욕은 엔진이 과열될 정도로 가득하다. 다국가 임상 2상, 3상을 하는 업체들도 다수가 되고 있다.

셋째, 투자가 구성을 보면 기관들보다는 개인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는 국내 연기금들 운영규정상 바이오텍 편입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관투자가들의 전문적인 분석과 운용은 우리 자본시장의 긴급한 숙제이다.

가끔 해외 기관투자가들과 대화를 할 때 한국 시장의 ‘고평가’가 화제가 되곤 한다. ‘고평가’를 통한 금융자본의 신흥산업 유입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그만큼 이 산업섹터에 대한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기대와 희망이 크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15년 이상 바이오텍 종사자들은 늘 움츠리고 아쉬움을 호소하며 살아 왔다. 그간의 숨죽인 노력의 결실로 이제 ‘고평가’를 누리고 있다. 정당한 ‘고평가’리라. 그리고 이제 그 ‘고평가’라는 수식어가 없어지도록 글로벌 무대에서 스스로를 입증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받았다. 2018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