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다리놓기] 바이오텍이 경영혁신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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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33조원, 순이익률 42% 그리고 시가총액 107조원. 1987년 설립돼 바이오텍으로는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길리어드(Gilead)의 최근 경영지표이다. 올해 8월 혁신적 항암 면역세포치료제의 선두주자이던 카이트(Kite)를 13조원에 합병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길리아드는 최근 설립된 지 18개월 된 셀디자인랩스(Cell Design Labs)라는 2세대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회사를 인수하면서 합성 신약만 하던 회사의 카이트 인수가 일회성이 아닌 명확한 전략적 방향 설정에 근거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는 존 마틴은 길리아드가 설립된 지 3년 후인 1990년 연구개발 부사장으로 합류했고 1996년부터 2016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작은 바이오텍에서 세계적인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박사 학위를 받고 1세대 바이오텍이었던 신텍스에서 6년, 다국적제약회사이던 BMS에서 6년간 일한 후 길리아드로 옮긴 대표적인 바이오텍 경영자다.

창업 멤버는 아니지만 20년 넘게 대표이사로서 그리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그의 지분율은 불과 0.23%에 불과하다.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주식 보유이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밀리간 존의 지분율은 0.09%이다. 명목상 대주주는 블랙록(Blackrock)으로 뉴욕에 기반을 둔 자산관리 회사다. 창업자가 최대주주이면서 경영자로 있는 우리 바이오텍업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지분율이 극히 미미한 전문 경영자가 20년 넘게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도 지분율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적인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율 희석을 동반하는 형태의 인수합병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우리는 그동안 해외 제약바이오 업계를 보면서 주로 혁신적 신약, 혁신적 기술 그리고 투자 규모 등 외적 결과 요소들에 주목했다. 이제는 그러한 신약과 기술, 투자를 가능케 했던 경영적 혁신에 주목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제약바이오’, 특히 ‘바이오텍’에서의 경영 혁신을 위한 화두를 제공하고자 한다.

첫째, 혁신적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경영진의 지도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투자가들에게서 자원을 확보하고, 내부 역량을 키우면서 동시에 외부의 기회들을 포착하고 내부화하는 지극히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바이오텍 경영진들이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둘째, 최대주주와 경영진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이 바이오텍과 같은 신성장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적절한가? 회사가 성장할수록 성장자본이 필요하고 성장자본이 투입될 때마다 지분율은 변하게 돼 있다. 과연 최대주주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제 제약 바이오 관련 소재는 TV 드라마에도 등장할 정도로 대중에 친숙해지고 있다. 그간 우리 업계가 기술과 금융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였듯이 이제는 기술과 혁신 경영의 만남을 통하여 한 단계 더 성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그러한 길을 간 회사들에서 배우고 또한 성장하는 2018년도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