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다리놓기] 연구개발 활동과 환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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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관련 국제 행사 중에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이 투병 혹은 회복 경험을 나누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올 6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17(BIO USA 2017)에서는 TJ 샤프가 폐와 간 등으로 전이된 흑색종 4기에서, 외과적 수술과 두 번의 임상시험 참여를 통해 회복되는 투병 과정을 블로그를 쓰며 공유했던 경험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카티(CAR-T) 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청회에서는 환자 보호자들이 참석해 투병과 치료 과정을 증언하기도 했다.

지난 9~11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개최된 미국 폐섬유증재단 학회(Pulmonary Fibrosis Foundation Summit)에서는 특발성폐섬유증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며 뉴욕양키스의 은퇴 선수 버니 윌리엄스가 학술대회의 기조발표를 했다고 전해진다. 이 학회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해 연구자들이 환자들의 실제 고통받는 모습들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FDA나 학회,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연구와 학술활동, 신약 개발이나 허가심의 과정에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이나 의료계, 정부 유관기관들의 최종 목적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공해 회복을 촉진하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연구개발 혹은 허가 과정에서 환자들은 `임상시험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처방의 최종결정권자`인 의사나 `최종 지급자`인 보험회사들의 목소리에 묻혀 상대적으로 무시됐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회복됐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특히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오텍들이 글로벌 임상3상을 수행하고 있고 전통 제약회사들도 신약 중심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벤처캐피털 등 투자 업계에서도 투자 기조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제 한국 제약·바이오업계도 유년기를 넘어 청소년기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신약 자체의 과학적 혹은 사업적 가치`에 몰입되던 시기를 지나고 `신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환자 가치`를 생각하고 사명으로 삼는 성숙함을 이뤄야 할 시기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달성이라는 단기 목표를 넘어서 `혁신신약 개발을 통한 환자가치 실현`이 연구개발 활동의 목적이 될 때 길고 고단한 연구개발에 삶을 바칠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과학적 성과, 사업적 성취, 혹은 성공적 투자 회수 등은 최종 목적으로 가는 과정의 중간 목표들이다. 중간 목표에 매몰돼 최종 목적을 잊어버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얼마 전 헤지펀드 출신의 젊은 경영자가 운영하는 튜링(Turing)이라는 미국 바이오벤처가 수십 년간 저렴하게 사용해오던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사업권을 매입한 후 가격을 급격하게 올려 사업적 목표 극대화를 꾀하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신약 연구개발자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돈은 벌었을지 몰라도 결코 적절하고 성숙한 사업 행위는 아니다.

과정상의 목표들을 넘어서,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하는 참된 이유를 환자에서 다시 찾자.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성숙한 성년기로 가기 위해 연구와 환자 간의 다리 놓기, 목표와 목적의 다리 놓기를 고민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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